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후보들 간 네거티브(부정) 공세로 얼룩지고 있다. 원희룡 후보가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과 ‘4·10 총선 사천(私薦)’ 의혹, ‘여론조성팀(댓글팀) 운영’ 의혹 등을 비판하자, 한동훈 후보는 11일 “구태정치를 퇴출시키겠다”며 전면전에 나섰다. 반대파의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한 후보는 최근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사실상 당권을 거머쥐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후보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원희룡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천 의혹, 사설 여론조성팀 의혹, 김경율 금감원장 추천 의혹 세가지 중 하나라도 사실이면 사퇴하겠나”라며 “의혹이 무조건 사실무근이라고만 한다. 고소·고발과 정정보도, 반박문을 내고 급기야 장관 직까지 걸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썼다. 앞서 원 후보는 한 후보가 김건희 여사의 5차례 문자를 무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여론전에 불을 댕긴 바 있다. 그는 한 후보를 향해 “거짓말부터 배우는 초보 정치인은 당원을 동지라 부를 자격이 없다”며 “진짜 구태정치는 ‘한동훈식 거짓말 정치'”라고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반면, 한 후보는 해당 의혹들이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원 후보에 대한 역공을 펼쳤다.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마치 노상방뇨하듯이 오물을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흑색선전) 구태정치를 변화시키겠다”며 “(원 후보가) 다시 말을 바꿔 하루도 안 지나 거짓 마타도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원 후보가 지난 9일 방송토론회에서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공방을 자제하겠다고 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전날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경율 회계사를 윤석열 정부 초기 시절 금융감독원장으로 추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한 후보 캠프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반박하기도 했다.
선거전이 대통령실까지 언급되는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당내 분열을 우려한 나머지 당권주자들이 두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자제를 요청했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투게더 포럼 직전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 논란에 ‘당무 개입’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우리가 끄집어내지 말아야 할 일들을 자꾸 끄집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법과 청문회를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 자칫 탄핵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윤상현 후보도 “원 후보는 자꾸 연기 피우지 말고 근거가 있으면 확실히 말해야 한다. 확실하게 매듭을 지으라”고 촉구했다.
‘1강-2중(나·원)-1약(윤)’으로 시작했던 후보 구도는 여전히 ‘한동훈 대세론’이 굳건한 모양새다. 전대까지 2주도 남지 않은 터라 나머지 후보들이 단일화 카드로 ‘당심’을 모은다 해도, 한 후보에 맞서기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11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는 한 후보 27%, 나 후보 10%, 원 후보 7%, 윤 후보 2%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304명)에서는 과반인 55%가 한 후보를 꼽았다. 나 후보는 12%, 원 후보는 10%, 윤상현 후보는 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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