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이제 관심은 ‘언제 인하느냐’로 쏠리고 있다. 부진한 내수를 살리고 가계 빚 부담을 가중시킨 고금리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지면서 한은이 이르면 8~9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뒤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장인 18개월의 통화 긴축기간에서 처음으로 나온 금리 인하 검토 발언이다.
특히 이창용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는 전원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면서도 “금통위원 2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현재 ‘금리인하 깜빡이’를 켜기 위한 차선변경 단계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지난 5월에는 (금리인하) 깜빡이를 켠 상황 아니라 금리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면서 “이젠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은 벌써부터 다음달 22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향하고 있다. “8월 이후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늦어도 ‘가을바람이 불기 전’에는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를 특정하지 못할 뿐,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리 인하하려면…물가-환율-지정학리스크 넘어야
최대 변수인 물가는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4%로 떨어져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오름폭을 보였다. 이 같은 상승 폭은 지난해 7월(2.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지표상 물가’는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체감 물가는 이미 ‘심리적 한계선’을 넘어선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난 2022년 소비자물가가 5.1% 오르면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2023년(3.6%)까지 이어진 고공물가의 여파로 서민경제가 여전히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변수는 환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으며 기준금리 인하로 향하는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날 오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80.2원에 거래되며 1400선을 넘보고 있다. 여기에 역대 최대 수준(2.00%p)인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더 확대되면 환율 시장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1400원대 진입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 경우 일시적으로 환율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역시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도 기준금리 결정에 변수로 꼽힌다. 대선 판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뛰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시장에선 트럼프 집권 시 대규모 감세와 경기 부양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든 단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안은 지속될 수 있다”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달러 가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하반기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연내 원·달러 하락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