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거부권’이 올해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승진을 거부할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일 진행된 HD현대중공업 임단협 11차 본교섭에서 노동조합은 “기원에서 기장으로 진급할 때 임금 체계가 바뀌고 성과급이 차등 지급된다”며 “차등 성과급으로 동료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진급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측은 “임금체계 변경, 차등 성과급 때문에 개인에 승진 거부권을 달라는 건 (회사가 생각하는) 승진 개념에 맞지 않는다”며 “회사는 (근로자) 성과에 맞게 상위 직급에서 일할 역량이 되면 승진시키는 것이고, 승진 거부권은 회사가 개인 동의 없이 승진시킬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노조의 승진 거부권 요구는 인사권에 대한 과도한 요구라는 것이다.
노조는 “진급하고 싶지 않아도 강제 진급을 통해 (조합원을) 비조합원으로 만든다”며 “노동 조건이 변하면 이에 맞게 승진 거부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력한 사람이 왜 승진을 거부하겠다고 하는지 회사는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016년에도 승진 거부권을 요구했다. 당시 회사는 실적 악화로 특정 직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는데, 노조는 고용 유지를 위해 승진 거부권을 달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 단체협약에 따르면 회사가 집단 감원을 하려면 노조 합의가 필요하다.
승진 거부권이 도입되면 매년 줄어드는 조합원 규모가 유지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원은 2013년엔 1만7505명(전체 직원 2만7246명)에 달했으나, 2018년 9826명(직원 1만4785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6381명(1만2061명)으로 감소했다.
조합원 숫자가 줄면 매달 노조로 들어오는 조합비가 줄어든다. HD현대중공업 생산직 근로자는 기원(대리급)에서 기장(과장급)이 되면 비조합원 신분으로 전환되는데, 노조는 기장도 조합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년 전부터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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