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산하 폐기물 처리 업체 에코비트의 매각 본입찰이 다음달 9일 진행된다. 기업가치는 2조원대 중반 안팎으로 전망된다. KDB산업은행이 스테이플 파이낸싱(매도자 금융)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후보들은 이를 마다하고 시중 은행과 증권사들로 인수금융 대주단을 꾸리고 있다. 모처럼 나온 조(兆) 단위 딜인 만큼 금융 회사들 입장에서도 오랜 만에 큰 장이 열린 것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 중인 티와이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PE)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최근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4개사에 본입찰 일정을 통보했다. 숏리스트에는 칼라일그룹, 홍콩 거캐피탈파트너스,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 IMM인베스트먼트-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컨소시엄 등 네 곳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다음달 초중순까지 실사를 마칠 계획이다.
취재를 종합하면 칼라일그룹은 하나은행과 KB증권, 케펠은 신한투자증권과 KB국민은행, IMM 컨소시엄은 키움증권·NH농협은행·NH투자증권·KB국민은행과 각각 인수금융 주선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캐피탈은 우리은행의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며, 산업은행의 스테이플 파이낸싱을 이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눈에 띄는 점은 KB국민은행이 2개 진영에 모두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인프라금융부는 케펠, 투자금융부는 IMM 컨소시엄과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부서 모두 IB사업본부 산하에 있다.
이번 딜에서는 이례적으로 산업은행이 스테이플파이낸싱을 제공하기로 했던 만큼, 시중 은행 및 증권사들이 과연 참여할 지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스테이플 파이낸싱은 매도자가 대출 자문과 주선 등을 미리 집행해 원매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다. 산은이 제공하기로 한 인수금융 규모는 1조5000억원이며, 담보비율(LTV)은 60%, 이자율은 5%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인수 후보들은 산업은행의 손을 잡지 않았다. 금융 기관들이 산업은행의 ‘공동 주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원매자들과 접촉했는데, 산업은행과 비슷한 금리 조건을 내세우자 운용사 입장에선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인수금융을 이용한다면 웨이버(조건 면제)나 네고도 거의 없고 여러 모로 제약이 많다”며 “돈을 잠깐 빌려서 쓰는 경우라면 몰라도 몇 년 간 이용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