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는 노화 과정에서 생식 기능이 저하되고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떨어지면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는 시기다. 이때 얼굴이나 가슴 쪽으로의 열감, 안면홍조, 가슴두근거림, 다한증, 수면장애와 같은 신체적 증상뿐 아니라 불안감, 우울감, 짜증, 건망증, 심한 감정기복 등의 정신적 증상도 나타나는데 이를 ‘갱년기증후군’이라고 한다.
1940년대 미국에서 말 오줌에서 합성한 에스트로겐 제제가 개발되면서 여성 호르몬제는 갱년기 여성들에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리우며 각광 받아왔다. 1980년대 후반 이 약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까지 나오면서 더욱 흔한 치료가 됐다. 실제로 미국에선 암에 의한 사망률보다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기 때문에 더욱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5년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병합요법을 시행한 호르몬 치료군에서 유방암, 심장마비, 뇌졸중, 정맥폐색전증이 비교군보다 훨씬 더 많이 발생한 것이다. 이 소식으로 인해 이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던 약 중 하나였던 에스트로겐의 사용량이 급감했고 에스트로겐 처방이 줄자 세계 각국의 유방암 환자 발생도 감소했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최근까지도 여성 호르몬제를 복용했을 때 유방암의 발생 확률이 미미한 수준이고 실보다 득이 더 많다는 논리로 갱년기 여성들에게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는 실정이다.
폐경이 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고갈되고 난자를 만들지 못하게 되는 것은 여성의 몸에 있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노화의 전체적 과정 중 하나의 현상이다. 이 시기는 기본적으로 ‘물 흐르듯 잘 넘어가야’ 하는 시기다. 너무 오래 머물러 있게 되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갱년기증후군은 개인마다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전체 갱년기 여성 중 25%는 이 시기를 별다른 불편함 없이 보내는 반면 50%는 견딜 만한 수준의 증상을 경험하고 나머지 25%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고 한다.
이 시기를 별다른 불편함없이 지낸 25%의 여성들은 과연 여성 호르몬이 고갈되지 않고 수치가 높게 유지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머리의 뇌에는 ‘간뇌’가 존재하는데 여기에 호르몬의 콘트롤 센터 역할을 하는 시상하부가 위치해 있다. 시상하부는 호르몬을 조절, 면역력을 담당하는 내분비계와 자율신경계의 기능을 조절하며 인간의 3대 욕구인 식욕, 성욕, 수면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여성 호르몬의 분비와 조절도 이 시상하부의 명령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갱년기 시기 이 호르몬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정 군이 있다. 이를 바로 ‘체질’이란 단어로 표현하며 필자는 이 군(群)을 ‘갱년기 체질’이라고 칭한다. 이 군은 갱년기 체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치료를 해야지 여성 호르몬제 복용이 갱년기증후군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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