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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의 자동화 기술을 고도화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고대역폭 메모리(HBM) 출시 로드맵을 앞당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1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에서 만난 샨카 크리스나무시 시놉시스 EDA그룹 제너럴매니저(GM)는 하반기 한국 시장 전략에 대해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와 같은 기업들이 자사와의 AI 협업을 통해 신제품을 내놓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차세대 HBM 기술을 먼저 손에 넣기 위해 기업들이 호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기술 개발을 앞당긴다면 이는 시장 선점의 기회로 이어진다. 크리스나무시 GM은 정교해지는 AI 자동화 기술을 통해 메모리 전쟁에 나선 한국 기업들이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시놉시스와 같은 회사들은 반도체 생산 밸류체인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반도체 회로 설계·검증 서비스인 전자설계자동화(EDA)와 반도체 설계에 자주 쓰이는 설계자산(IP)을 제공해 기업들이 설계에 들이는 품과 시간을 줄여준다. 크리스나무시 GM은 시놉시스에서 EDA의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중요한 역할을 3년째 맡고 있다.
EDA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반도체 회로가 날로 세밀해지는 데다 이종 칩들이 조밀하게 패키징되는 등 기술 복잡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반도체가 부상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는 “한국 기업들도 AI를 활용해 칩을 설계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며 “AI 디자인 솔루션을 사용해 설계된 프로젝트가 올해 말까지 누적 500개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자동화율이 낮은 아날로그 칩 부문에서도 수십 건의 프로젝트가 AI를 통해 설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놉시스는 디자인, 검증, 테스트 등 다양한 부문에서 AI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 솔루션들은 사람이 시간을 들여 각 변수들을 최적화하는 지난한 과정을 단축해준다. 이외에도 시놉시스는 사용자들의 설계 편의를 높이기 위해 생성형 AI 기능을 선보였는데, 정식 출시를 앞두고 국내 기업들과의 마지막 담금질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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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라는 대형 고객이 포진해 있기도 하지만, 한국 내 AI향 반도체 설계 수요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크리스나무시 GM은 “한국은 AI 기술을 주도하는 나라로서 HBM, 모바일, 파운드리 쪽에서 세계적인 고객사를 두고 있다. 때문에 한국 지사 차원은 물론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놉시스 한국 지사의 IP·EDA 개발 인력은 지난 3~4년 간 꾸준히 늘어 전체 인력 700여명 중 600여명에 이른다.
국내 생태계를 뿌리부터 강화하기 위해 국내 대학과도 협력을 시작했다. 원래는 개별 교수나 석박사 과정을 밟는 학생들에게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 3월부터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국내 대학 약 20곳과 논의해 자사 EDA 툴을 가르치는 정규 과정을 개설하고 학점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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