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2분기 실적 시즌이 12일(현지시간)부터 본격 개막한다. 그간 엔비디아, 애플 등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소수 빅테크 기업에 집중됐던 상승세가 시장 전반에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 상장기업들은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대형 금융사를 시작으로 12일(현지시간)부터 다음달 초까지 연이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뒤이어 15일 골드만삭스와 블랙록, 16일에는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17일 존슨앤존슨, 18일에는 넷플릭스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대만의 TSMC도 오는 1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 밖에도 버라이즌이 22일, 테슬라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은 23일, 메타는 26일 줄줄이 2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애플과 아마존, 엔비디아는 다음달 실적을 발표한다.
월가는 2분기 실적에 기대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는 스탠다으앤푸어스(S&P)500기업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주당순이익(EPS)은 8.1% 증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분기 실적이 기대를 충족할 경우 지난해 2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 연속 실적 증가세가 이어지는 셈이다.
시장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는 재차 상승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은 이달 들어 모든 거래일에 상승하며 7거래일 연속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S&P500은 5633.91, 나스닥은 1만8647.45를 기록했다. 대형주로 구성된 다우지수도 이날 3만9721.36을 기록하며 7주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별 종목도 강세다. 애플은 7거래일, 테슬라는 11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했다. 애플은 2012년 3월 이후 최장 상승 기록을 경신 중이다.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와 함께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 이틀간 이어진 상하원 청문회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선제적 움직임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일제히 기업의 성장에 베팅하고 있다.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 기업의 호실적이 자연스레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발표한 2분기 잠정실적은 시장 기대를 크게 뛰어넘었다.
이에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권가의 2분기 실적 전망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증권가의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섹터에 대한 12개월 선행 순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2.6%, 8.3% 상향됐다. LG디스플레이의 흑자 전환 전망과 삼성전자 실적 개선에 따른 반도체 업황 회복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수급 역시 2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에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KB금융의 경우 외국인 보유 지분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성장에 대한 기대치는 AI 반도체 뿐만이 아닌 클라우드, AI네트워크 장비 기업으로 수혜기업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미국의 투자 사이클에 수혜를 보고 있는 국내 기업의 방향성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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