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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해고’ 아사히글라스…9년 싸움에 대법 “직접 고용하라” 결론

이투데이 조회수  

‘근로자 지위 확인’ 민사 소송서 원심 유지

법적 다툼 9년 만에 노동자 현장복귀

근로관계 인정한 민사재판 결론에
불법 파견 ‘무죄’ 본 형사판결 파기
부당 노동행위엔 “의도 없다” 결론

일본 다국적 기업 아사히글라스의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인 AGC화인테크노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파견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단했다.

노조원 178명에게 문자 한 통으로 집단 해고한 아사히글라스 사태는 법적 다툼이 벌어진지 9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현장에 복귀하게 된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1일 오전 A 씨 등 해고자 22명이 AGC화인테크노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에 관한 소송’ 상고심을 열고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선고했다.

디스플레이용 유리를 제조‧가공‧판매하는 AGC화인테크노는 아사히글라스로부터 유리 기판 제조 과정 중 일부 공정 업무를 수급해 소속 근로자들로 하여금 아사히글라스 공장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2015년 6월말 하청 노동자 178명은 아사히글라스 공장에서 “근로계약을 종료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한 통을 받은 뒤 곧바로 공장 출입을 금지당하고 일자리를 잃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노동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사를 표시하라고 판시했다.

피고 아사히글라스 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항소했지만 2심 역시 사측 주장을 배척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가 해고된 근로자들에 대한 통제‧지휘 결정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해 1심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법원 또한 피고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근로관계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이에 따라 불법 파견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파기‧환송됐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민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형사 재판에서도 근로자 파견 관계를 긍정하는 취지로 원심을 깼다.

1심은 불법 파견을 인정했으나, 2심은 아니라며 엇갈렸다.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청기업 법인과 대표, 아사히글라스 법인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서는 “피고의 부당 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면서 “원심의 잘못은 판결에 영향이 없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중 지배‧개입의 부당 노동행위를 인정한 부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채증법칙 위반이나 사실오인,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중앙노동위 결정과 이어진 행정소송 1심인 원심은 부당 노동행위에 관해 엇갈린 결론을 내렸다.

아사히글라스 측 부당 해고로서 노동조합 활동에 지배‧개입하려는 목적의 부당 노동행위임을 인정해 달라는 근로자들 구제 신청에 중앙노동위는 “정당한 노조 활동이 위축 또는 침해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부당 노동행위를 인정했다. 반면 원심 법원은 이를 뒤집어 사측 손을 들어줬다.

이날 선고된 민사‧형사‧행정 소송 3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 외에 임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는 64억 원 가량을 지급하라는 노동자 승소 1심 판결 이후 2심이 진행되고 있다. 3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임금 소송 판결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일경 기자 ekpark@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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