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이진원 객원기자] 연일 신고가를 찍고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 경제의 ‘뇌관’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희망의 빛’이 보이고 있다. 사모펀드의 뭉칫돈이 구세주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원격 근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계속 타격을 받으면서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으나 사모펀드들이 이를 절호의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고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나 대출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사모펀드들이 지금을 ‘한 세대 만의 최고 기회’로 보고 막대한 현금을 무기로 언제라도 매수에 뛰어들 준비를 끝마쳤다는 것이다.
사모펀드들이 과연 언제를 매수 기회로 삼아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지 주목된다.
사모펀드, 북미 부동산 투자 위해 354조원 할당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인용한 부동산 등 대체투자 관련 데이터 제공사인 프레퀸(Preqin) 데이터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4000억달러(약 554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64%인 2560억달러(354조원)가 북미 부동산 투자용이다. 이 같은 투자 비중은 20년 만에 가장 높은 비중이다.
블룸버그는 “이는 사모펀드들이 저렴한 가격에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라며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편중이 심해지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이처럼 강한 수요가 몰리지 않아 부실 대출과 부동산의 처리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재택근무가 유행하면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가 늘어나자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하락해왔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도 악재로 작용하면서 지난해 4분기에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7.5% 하락하면서 13년 만에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부채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조용히 줄여나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4일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 등 몇몇 월가 은행이 비어 있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무용 빌딩의 임대인이 모기지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손실을 줄이기 위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출 재융자(리파이낸싱)를 어렵게 만드는 고금리와 팬데믹 이후 생긴 사무용 빌딩의 낮은 입주율이라는 쌍둥이 펀치로 타격을 받고 있는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초기 징후”라고 진단했다.
올라가는 공실률, 늘어나는 대출 연체
무디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은 20.1%로 45년 전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로크는 최근 “경제가 호조인 상황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횡보 내지 상승한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연방준비제도가 경기 과열을 막는 데 성공한다면 공실률이 더 빠르게 올라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출 연체율도 올라가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은 무려 1조1000억달러(1522조원)에 달한다. 데일리임팩트 확인 결과,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17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GDP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연준 데이터상으로는 1분기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 역시 1.18%까지 상승하여 거의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자문을 맡고 있는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교의 레벨 콜 교수는 블룸버그에 “(1980년대 금리 상승에 따른 리스크 관리 실패로 일어났던) 저축대부조합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 1~2이닝 정도를 치르고 있을 뿐”이라면서 “쓰나미가 다가오고 있고 바닷물이 해변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9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은 모두 ‘역사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일부 지역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큰 가치 하락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상업용 모기지담보 증권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S&P는 또 2020년에 발행된 상업용부동산 저당증권(CMBS) 트랜치 중 4분의 1 이상의 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으로 분석됐다.
위기 빠진 소형 지역은행들
상업용 부동산 부실에 노출된 미국의 소형 지역은행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뉴욕의 지역은행인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는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올해 초 10억달러(1.38조원) 이상의 자본을 투입받았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는 부동산 부채로 인해 더 많은 지역 은행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소형은행들의 높아진 위험도 때문에 미국 증시에서 KBW 지역은행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8.7%가 하락했다. 이는 대형은행들을 모아놓은 KBW 나스닥 은행지수가 올해 10.7%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무디스는 지역, 커뮤니티 및 소규모 은행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및 다가구 부동산 부채의 4분의 1 이상을 지고 있으며, 이는 상위 25개 대형은행의 2배가 넘는 비중으로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자 기사에서 “부동산 경기침체가 소규모 또는 교외 부동산에 더 큰 영향을 미치거나 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경우 그러한 대출을 보유한 소규모 또는 지역 은행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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