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이호영 기자] hy(옛 한국야쿠르트) 인수를 통해 말 그대로 ‘기사회생’하다시피한 부릉(옛 메쉬코리아)은 지난 1년여 동안 안정을 되찾고 실적 개선을 가시화했다. 독자 경영을 유지하지만 재무 전문 인력 자원을 대표이사로 투입 받는 등 50여년 업력의 hy가 기업 회생까지 갔던 스타트업 부릉의 뒷심이 돼주는 모습이다. 적자폭을 줄이고 있는 부릉은 ‘예비 유니콘’으로서 다시 뛸 채비를 갖춰오고 있다.
11일 부릉과 hy에 따르면 부릉은 2023년 4월 인수 직후 가장 먼저 사명 변경(5월30일)과 공동 대표 체제 전환, 사옥 이전(9월25일) 등을 통해 조직을 안정화했다. 무엇보다 채윤서 hy 투자관리부문 이사가 부릉의 대표이사로 취임(5월30일)하며 가장 취약했던 재무 부문을 보완했다. 김형설 대표가 정보 기술(IT) 개발과 사업을 맡고 채윤서 대표가 재무·회계 쪽을 맡아 부릉은 본사 비용 효율화, 배송 사업 내실화에 나섰다.
실제 부릉은 여러 노력과 맞물려 인수 직전 해인 2022년 589억원에 달하던 영업 손실 규모를 2023년 약 170억원으로 400억원 가량 줄였다.
적자 사업이던 새벽 배송·풀필먼트(배송 일괄 대행)를 접는 등 2022년부터 돌입한 자체 구조 조정과 체질 개선 노력에 더해 핵심인 이륜차 실시간 배송 서비스에 힘을 실은 선택과 집중의 전략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배달 대행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부릉의 올해 실적은 더 나아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부릉은 특수 고용 노동자 라이더가 소속(계약 관계)된 지점(직영화 구조)과 본사가 계약을 맺는 형태인데, 인수 후에도 지점(600개)이 계속 확대되며 이들 라이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인수하던 지난해 4월 1만명 수준이던 부릉 라이더 수는 현재 활성 라이더만 2만명(등록 라이더 12만명)이 넘는다. 경영효율화에 나서면서도 부릉이 전국 단위 이륜차 중심의 라스트마일 배송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라이더 인력을 보강해 온 결과다.
본사 상황도 마찬가지다. 비용절감 기조 속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부릉은 인수 당시(2023년)만 해도 IT 개발자 등 핵심 인력 이탈이 이어져 100명 남짓 남았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hy 인수 이후 개발자 등 인력 충원을 지속해오고 있다.
변화도 컸다. 지난해 9월 사옥 이전을 통해 본사 직원들은 강남 사옥을 떠나 서울 서초구 잠원동 hy 본사 사옥 3~4층에서 일하게 됐다. 이를 통해 부릉과 hy 두 기업의 조직원 간 좀 더 긴밀한 업무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상호 간 조직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hy 지하 구내 식당·헬스장 등도 이용하게 되면서 부릉 직원들의 편의도 개선됐다. hy와 부릉은 시너지 확보를 위해 협의체도 운영하며 인력과 네트워크 활용 방안을 논의해오고 있다.
실제 hy·팔도 전체 임직원이 모이는 정기적인 회의 등은 없지만 물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여러 업무에서도 실무 담당자들끼리는 주간 미팅 등을 수시로 갖고 있다.
사업도 요기요·이마트24 등과 제3자 물류(3PL)로 확대하는 한편 hy와 협력해 기업 간 거래(B2B) 비중이 높은 부릉의 특성을 살려 ‘부릉 플러스 멤버십'(2023년 5월)도 내놓고 부릉 배달 대행을 이용하는 상점주 록인(묶어두기)에 들어갔다. 가입한 상점주에게 방제·보안·세무 대행·법률 상담 등 서비스를 비롯해 건강 검진과 심리 케어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hy와의 시너지도 배달 대행이라는 부릉의 본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부릉 배달 기사들이 hy가 지난달 27일 강서구 지역에 한정해 시범 운영에 들어간 배달 앱 ‘노크’ 배달을 전담하게 된 것이다. 부릉이 hy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협업하는 사업인데, 주문 중개 플랫폼 ‘노크’는 ‘알다(노우)’와 ‘한국 지역(케이 로컬)’ 합성어로 ‘지역 상권을 알아 가다’는 뜻이다. 이 또한 지역 시장에 강한 부릉이 최대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노크는 hy가 사업 영역 확장이라는 장기 비전에 초점을 맞춘 신규 사업으로 hy는 노크를 통해 상거래와 부대 정보의 디지털화, 이를 통한 기회 창출 등에 노리고 있다. 시범 운영 과정에서 지역과 디지털에 강한 부릉의 시스템도 hy의 데이터 확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릉 관계자는 “배달 시장은 경쟁이 더 격화하고 있다”며 “부릉은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본업 서비스 고도화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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