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가 자국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중국의 자급체제 구축을 자극하는 등 역효과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과 독일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국가가 일본과 네덜란드를 뒤따라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는 권고도 이어졌다.
미국 싱크탱크 CSIS는 9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내고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발전을 제한하려 도입한 여러 규제는 역풍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바라봤다.
2019년부터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와 SMIC 등 중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포함하며 미국의 첨단 기술과 장비 등을 사들일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부터 한층 더 강화된 대중국 제재 조치를 도입하며 다수의 반도체 제조 장비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을 수출 규제 대상으로 포함했다.
더 나아가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도 미국의 요구에 맞춰 중국에 고사양 반도체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CSIS는 미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자국 기업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수의 미국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국 수출 규제에 영향을 받은 미국 기업들의 시가총액 총합이 2022년 10월 규제 강화 뒤 1300억 달러(약 180조 원)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국가에서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들여오기 어려워지자 이러한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CSIS는 미국의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현지 기업들의 기술 발전에 강력한 유인을 제공했다고 바라봤다.
화웨이와 SMIC가 해외에서 수입할 수 없게 된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내 지난해 상용화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혔다.
CSIS는 결국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규제의 지속가능성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은 제재 조치를 장기간 이어간다면 미국 기업에 부정적 영향이 계속해 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중국 규제에 더 큰 효과를 보려면 다른 국가들도 이러한 조치에 동참하도록 적극적으로 설득에 힘써야 할 것이라는 권고도 이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동맹국들이 일본과 네덜란드를 뒤따라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대중국 제재 조치를 시행하도록 요청해야 한다는 의미다.
CSIS는 “아직 한국과 독일은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며 미국 정부가 이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국과 독일이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고 중국에 반도체 수출 제재를 도입하도록 유도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미국 정부에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는 권고도 이어졌다.
CSIS는 “반도체는 경제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핵심 기술”이라며 “미국 정부가 자국뿐 아니라 동맹국의 반도체 기업도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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