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라고 압박하면서 은행권이 잇따라 전세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8주째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가운데 전세대출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면·비대면 전세 자금 대출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린다. 적용 상품은 ▲KB주택전세자금대출 ▲KB전세금안심대출 ▲KB플러스전세자금대출 ▲KB스타 전세자금대출(비대면 전용)로 금리 인상 폭은 0.10∼0.20%포인트다.
앞서 케이뱅크는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1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우리은행도 12일부터 2년 고정금리 전세대출금리를 0.1%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118조222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감소세를 이어오다 지난 5월 1년 반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특히 지난달에는 한달 동안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약 2400억원 늘어나는 등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전세대출은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폭증하면서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한 주 전보다 0.18% 상승했다. 지난주 0.15% 오르며 31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이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수도권은 0.07% 오르며 6주 연속 뛰었다.
일각에선 100조원을 넘어선 전세대출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는 가운데 전세대출을 대출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DSR은 대출받은 사람의 연간 소득 대비 각종 대출의 상환 원금과 이자 등의 비율이 40%(은행 기준)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대출 규제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자극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DSR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2024년 업무 계획’에서 공식화한 바 있다.
그동안 전세대출은 ‘서민 자금’이라는 이유로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다 보니 차주 측면에서는 여유자금이 있어도 과도하게 대출을 일으키는 유인이 되고 전셋값 상승과 갭투자 증가, 집값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선 무주택자는 배제하고 유주택자가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이자 상환 분에만 DSR를 포함하는 방식이 거론됐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서 시중금리 흐름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금리 인상 조치보다 DSR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등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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