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비수기에도 투자심리 견조…나오는 물량마다 완판행진
DL이앤씨·서흥·두산퓨얼셀·신세계센트럴시티 목표액 ‘훌쩍’
일반적 ‘상고하저’ 벗어난 강세…“부담에도 시중 유동성 지속”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 시장이 활기를 맞은 가운데 최근 수요예측에 나선 건설채와 우량등급, 비우량등급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하반기에도 훈풍이 예상되고 있다.
발행 비수기에 따른 물량 부족 현상과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며 당분간 높은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2일~7월10일) 회사채 발행 규모는 68조1341억원으로 전년 동기(61조7965억원) 대비 10.26% 증가했다.
이 중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은 10조7833억원이다. 회사채는 올해 1분기 내내 순발행이 이뤄졌지만 2분기 순상환으로 전환됐고 이달(1~10일)에도 2421억원 규모 순상환 기조가 이어졌다. 순발행은 회사채를 상환한 금액보다 발행한 금액이 더 많다는 뜻이고 순상환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3분기에도 통상 여름 휴가 시즌과 반기 검토보고서 제출로 회사채 발행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순상환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채 발행은 줄어든 가운데 투자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물량들의 ‘완판 행진’이 잇따르고 있다. 물량 품귀 현상과 함께 하반기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채권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매매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대감이 맞물린 영향이다.
이에 이달 들어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DL이앤씨와 서흥, 두산퓨얼셀, 신세계센트럴시티가 모두 목표 물량을 훌쩍 넘는 매수 주문을 확보했다. 그간 시장에선 AA급 이상 우량채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했지만 A급 이하 비우량채도 인기를 끌고 있고 소외됐던 건설채에 대한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2일 2년물 600억원, 3년물 400억원 등 총 1000억원 규모로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2년물 5200억원, 3년물 2850억원 등 계획 대비 약 8배(8050억원)의 주문을 접수받았다. 수요예측 흥행에 따라 발행 규모를 2000억원까지 늘리는 데도 성공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건설채 투자심리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이례적인 흥행을 거둔 것이다. 여기에는 DL이앤씨가 건설업계 최고 수준인 ‘AA-(안정적)’ 신용도를 확보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당초 시장의 기대를 크게 뛰어넘은 결과다.
신세계센트럴시티(AA-) 역시 지난 9일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300억원 모집에 91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500억원 모집에 4000억원, 3년물 800억원 모집에 5100억원이 쏠리면서 목표액의 7배에 이르는 자금을 모았다.
이외에도 건강기능식품 등 제조·판매 업체인 서흥(신용등급 A-)이 앞서 3일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4배가 넘는 자금을 확보했는데 3년물로 300억원 모집에 136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비우량물인 두산퓨얼셀(BBB) 역시 같은 날 회사채 4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2450억원의 수요를 확인하고 발행 규모를 800억원으로 늘렸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회사채 시장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채 시장은 1분기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몰리는 연초 효과로 강세를 나타낸 뒤 2분기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약세를 보이는 ‘상고하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PF 관련 부담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다른 형태로 흘러가는 양상이 관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크레딧 시장은 양호한 시중 유동성 효과로 인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는데 ‘걱정의 벽을 타고 상승했다’는 비유가 적절한 장세”라며 “올해 강세는 절대적·상대적 측면에서의 부담이 커졌음에도 지속성 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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