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나스닥 안착…야놀자 등 美상장 추진 행보 주목
정부 증시 부양 의지 무색…‘고질적 저평가 해소’ 역부족 인식
경영권 방어장치 등 개선 필요..시장 정체성·재도약 모색해야
토종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유니콘 1호인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이어 최근 네이버웹툰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해외 엑시트 우려가 또다시 불거진 모양새다.
네이버웹툰이 지난달 27일 나스닥에 입성한 가운데 미국 상장을 물밑에서 검토해온 기업들의 청사진이 하나둘씩 구체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야놀자가 현지 IPO를 위한 기반을 닦고 있으며 두나무·카카오엔터테인먼트·SK온 등의 나스닥 입성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를 비롯해 큐익스프레스·로제AI·티맥스 역시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밝힌 상태다.
K-유니콘 기업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제값’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란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선 시장 규모와 구조상 나스닥만큼의 기업가치가 책정될 수 없다.
정부는 연초부터 주도해온 밸류업 정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을 타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식에 대한 고질적인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한 듯 보인다.
우선 참여 여부를 기업 자율에 맡긴 만큼 프로그램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제시한 세제 혜택들도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입법화까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혁신기업들을 증시에 끌어오기 위해 진입 요건도 완화했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거두기가 않은 건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특례상장 제도는 과거 실적보다는 기술력·성장성 등을 판단해 상장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 최초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유니콘으로 주목받았던 파두의 ‘부실 상장’ 논란 이후 예비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이를 활용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는 환경 역시 토종 유니콘의 국내 증시 입성을 가로막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차등의결권은 벤처 창업자가 외부 자금을 조달받는 과정에서 경영권을 잃을 걱정 없이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해외 유니콘 기업들은 보유지분이 적은 창업자가 안정적으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 구조의 IPO를 선호하고 있다.
정부가 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해 제한적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 지난해 11월17일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투자 유치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려면 창업 후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아야 하고 마지막 받은 투자가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에 장외시장에서 글로벌 벤처캐피털(VC)나 사모펀드(PEF)를 통해 자금을 수혈받아 사업을 키우겠다며 아예 IPO에 나서지 않는 유니콘들도 수두룩한 상황이다.
이미 유망 벤처들은 국내 시장에 국한되기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해 투자자 저변을 넓히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기업들이 국내 상장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단행하는 것이 어려워진 현실에서 ‘해외 엑소더스’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속속 빠져나가는 것은 더 뼈아픈 측면이 있다. IPO 시장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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