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바람을 타고 금융주 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 법인세 등 세재 감면혜택 방안이 발표되자 한 때 상승폭이 더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가 상승에는 편차가 큰 모습이다. 주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지주는 연초 대비 50% 이상 오르며 선전하고 있고 이어 하나금융(44%)과 신한금융(30%)도 뒤를 따르고 있다. 반면, 우리금융은 10%를 간신히 넘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장 전문가들은 수익성과 건전성, 일회성 이슈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그 중에서도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전날 종가 8만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9일과 비교해 1.88%(1600원) 떨어졌지만, 이달 초엔 장 중 9만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연초(1월2일 기준) 5만3600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56% 올랐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큰 상승이다.
다음으로 큰 상승폭을 보인 곳은 하나금융지주다. 하나금융은 같은날 종가 6만1700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1.12% 내렸지만 연초(4만2800원)와 비교하면 44% 이상 올랐다. 신한금융지주는 전날보다 0.97% 하락한 5만1000원으로 마무리했다. 연초(3만9350원) 대비 29% 상승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날 우리금융의 종가는 1만4660원으로 전날보다 0.2% 떨어졌고 연초 대비로는 14% 상승에 그쳤다.
금융사별 편차는 성장성에 바탕을 둔 주주가치 제고 가능성 여부로 갈렸다. 시장에서는 CET1을 주목한다. CET1은 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중 하나로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잘 흡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회사는 당기순이익을 높이거나 위험가중자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 수치를 높일 수 있다. 국내 금융지주 목표치는 13% 수준이다. 이를 넘으면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하는데 부담이 없다.
1분기 말 기준 KB금융의 CET1은 13.4%를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 소폭(0.19%포인트) 하락했지만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높다. 여기에 분기 균등배당을 통해 연간 현금배당 규모 1조2000억원 수준을 유지·확대한다는 점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양종희 회장의 적극적인 해외 IR과 더불어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주주들의 믿음을 얻었다.
신한금융은 CET1이 13.09%로 낮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업 대출을 늘리면서 위험가중자산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당기순익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위험가중자산을 늘려 CET1 관리를 어렵게 한 셈이다.
여기에 다른 금융지주 보다 많은 주식수도 주가 상승 발목을 잡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9~2020년 사모펀드 운용사를 투자자로 유치하면서 1조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때 주식수가 5500만주 가량 늘었다. 당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데 이어 이후에도 ‘오버행(잠재적 과잉 물량)’ 우려로 주가 상승을 제약했다. 현재 신한금융 주식수는 5억주가 넘어 KB금융보다 1억주가 더 많다.
신한금융은 문제 해소를 위해 자사수 매입·소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 총 5000억원 규모로 매입·소각한데 이어 이어 올해에도 4500억원 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금융은 잇따라 터지는 횡령 등 금융사고와 경쟁사 대비 낮은 자본력 등이 주가 상승을 제약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의 1분기 CET1은 11.95%로 경쟁사에 비해 낮다.
최근 임종룡 회장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펼치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정책이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M&A에 투입되는 자본을 생각하면 향후 자본비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경쟁 금융지주 대비 낮은 CET1속에서 우리투자증권 출범, 생명보험사 인수를 위한 실사 진행 등 비은행 자회사 확장이 추진되면서 주주환원율 제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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