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국회에 국민의 마지막 기대, 이 나라 운명이 걸려있다”며 “절망의 오늘을 희망의 내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제가 가진 무엇이라도 다 내던질 수 있다”며 8·1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이유를 밝혔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16일 만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다수당으로서 국민께서 민주당에 부여한 책임이 한 시대의 무게만큼 막중하게 다가온다”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충분한 기회를 누리고, 희망을 가지고 새 생명과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 정치의 책무”라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이날 이 전 대표의 출마선언문은 17페이지에 달했고, 2022년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기본사회’ 구상도 다시 꺼내들었다. 이 전 대표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부분 대체하는 초과학기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일할 수 없는 소수의 예외적 존재를 보호하는 복지 제도는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될 것”이라며 “구성원의 기본적인 삶을 권리로 인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기본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4.5일제 단계적 추진 후 2035년까지 주4일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경제 성장 청사진도 내놨다. 이 전 대표는 “에너지 고속도로,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형전력망, 송전거리 비례요금제 등을 국가 주도의 대대적 투자로 건설·도입해야 한다”며 “그중 에너지고속도로는 호남·영남·충청·강원 등 서남해안과 동해안의 낙후 지역들이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발전 기회를 누리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고속도로나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산업 규제를 완화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당연히 세제혜택과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면서 “RE100 전용 단지 등을 지방에 만든다든지 하면 ‘규제 프리 지역’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중심 대중정당으로의 전환도 공언했다. 그는 “당원들이 더 단단하게 뭉쳐 다음 지방선거에서 더 크게 이기고 다음 대선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지역당(지구당) 합법화 및 후원제도를 도입하고 개방된 온라인 플랫폼을 갖춘 ‘오픈소스 정당’으로의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현장에서 이 대표의 출마선언을 듣던 당원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제왕적 당대표’, ‘친명 일색 지도부’라는 지적에 대해 “제왕이라는 것은 대중의 뜻과 어긋나게 일방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거나 지배하는 것 아닌가”라며 “지도부 구성이 철저하게 당원 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있고 당원이 선출한 것인데, 제왕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오해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3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이 9일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하며 출마를 선언했고, 청년 당원인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가 10일 ‘민주당의 미래 DNA’가 되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3파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이 전 대표도 정치적 부담감을 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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