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병주 기자]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관리 압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여신 영업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중 아직 대출 증가율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출을 조여야 하는 타 행과 달리 대출 영업 확대에 다소 여력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이 주요 가계대출 금리 인상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 역시 이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현재 대다수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을 시행 또는 검토 중에 있지만 우리은행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금융당국 전반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에서, 대출 잔액 확보에 다소 여유가 있는 우리은행이 하반기 가계대출 시장 전반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기업대출 부문에 영업력 확대를 공언한 상황에서 가계대출까지 늘어난다면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폭증에 ‘꿈틀대는 금리’
10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폭증이 지속되면서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을 시행 또는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를 기존 연 2.99~4.39%에서 3.13~4.53%, 변동금리도 기존 3.72~5.14%에서 3.78~5.20%로 평균 0.13%p(포인트) 가량 올렸다.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상‧하단 모두 연 3%대를 기록하고 있던 하나은행도 일찌감치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하나은행은 이달 초부터 연 3.18~3.58% 수준에 형성돼있던 고정형(혼합) 금리를 연 3.34~3.74%로 0.16%p 가량 올렸다.
특히 주담대 금리의 ‘연 2%대 진입’으로 시선을 모은 신한은행은 현재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금리 정책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 지난주 기준 신한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2.93~4.93%로 전월 말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은행채 등 지표금리 흐름에 따른 변화로 읽히는데, 최근 금리 인상이 은행권 기조로 자리 잡으면서 신한은행 또한 소폭 금리를 올리는 것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 인상 흐름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은행권 가계대출 흐름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전월 말 대비 가계대출이 5조3415억원이 늘어나면서 대출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여기에 은행업계에 따르면 7월 들어서도 이러한 흐름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4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0조756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6월 말(708조5720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4영업일 만에 2조2000억원 가까운 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던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 또한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4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52조9000억원으로 전월 말(552조1000억원) 대비 8000억원 이상 늘었고, 신용대출 또한 주식‧가상화폐 등 투자시장의 심리 회복의 영향으로 전월 말(102조7000억원)대비 1조원 이상 불어난 103조8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우리은행은 타 행과는 달리 금리 인상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오는 12일을 기점으로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0.1%p 인상하지만 이미 지난 8일 기준, 우리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이달 초 대비 0.06%p 가량 하락한 상태다. 향후 금리를 0.1%p 인상한다 해도 사실상 실제 금리에는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효과 보나
업계 안팎에선 이같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리은행의 미온적인 반응에 대해 은행별 대출 증가율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한다.
지난달 말 기준, NH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시중은행의 전년 말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2.33%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설정한 증가율 목표치는 1.5~2%로, 사실상 상반기에만 당국의 목표치 상단을 넘어섰다.
다만 은행별로는 다소 대출 여력에 차이가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 우리은행의 전년 말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금융당국에 보고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았다. 반면, 이미 4대 시중은행 중 KB국민, 신한, 하나은행은 실제 가계대출 증가율이 당국의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즉, 우리은행은 올해 말까지 가계대출을 추가적으로 확대할 여력이 남아있는 반면 다른 시중은행 3사는 오히려 가계대출 공급을 줄이고 상환을 늘리는 등 대출 잔액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수치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것으로, 우리은행은 최근 몇 년 간 4대 시중은행 중에서도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지 않았다. 이는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은 우리은행 전략의 영향인데, 상반기 국내 은행권을 강타했던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당시에도 우리은행은 타 은행의 절반 이하 수준인 ELS 판매량을 기록하며 배상 후폭풍에서 벗어난 바 있다.
실제 우리은행의 지난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36조560억원으로, 전년 말(136조3810억원) 대비 0.2% 가량 감소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한 전년 대비 가계대출 감소 기록이다.
사실상 가계대출 폭증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주담대 영역에서도 우리은행의 증가세는 다른 은행 대비 다소 낮았다. 실제 KB국민, 신한, 하나은행의 전년 말 대비 1분기 담보 대출 증가율이 2~4% 수준이었던데 비해, 우리은행의 경우 0%대 후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돼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도 우리은행의 주담대 증가율은 1%대 중반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또한 금융당국의 관리 목표치에 못 미치는 수치다.
‘리딩뱅크 목표 달성’ 가능할까
업계에서는 이같은 우리은행의 대출 확대 가능성이 향후 실적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조병규 행장이 직접 올해 ‘리딩뱅크 등극’을 목표로 설정한 상황에서, 가계대출 기반의 이자익 제고가 실적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이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는 기업대출의 경우 이미 저금리 출혈경쟁 양상으로까지 변질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타 행으로 가지 못한 주담대 등 가계대출 수요가 우리은행으로 쏠릴 경우,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각에선, 신규 대출 공급뿐 아니라 대환대출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우리은행의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상단 기준 연 4%대 초반으로 4%대 후반~5%대 중후반에 형성된 타 은행의 금리보다 낮다.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갈아타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활성화된 가운데, 우리은행의 낮은 금리는 대환대출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사실상 가계대출의 경우, 오는 9월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적용되면 증가세도 꺾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라며 “그전까지 가계대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인데 상대적으로 대출 공급에 여력이 있는 우리은행이 다소 혜택을 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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