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패키징 관련 R&D에 최대 2조 원 지원키로
미, 반도체법 통해 생산공장 확보에 주력해오다 후공정도 주목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첨단 패키징 분야 연구에 최대 16억 달러(약 2조2100억 원)를 지원한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국가표준기술원장인 로리 로카시오 미국 상무부 차관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장비·재료 전시회 ‘세미콘 웨스트(SEMICON WEST) 2024’에서 키노트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22년에 제정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근거로 최근 인공지능(AI) 붐으로 수요가 높아진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에 국가 첨단 패키징제조 프로그램(NAPMP)의 후공정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선정해 프로젝트당 최대 1억5000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인 연구분야로는 장치나 전력공급, 하나의 칩에 여러 개의 칩을 집적하는 기술인 ‘칩렛’ 등이다.
로카시오 차관은 “이 지원금은 제정된 반도체법에 따라 승인된 자금의 일부”라며 “칩 간에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송하고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관리하는 등의 분야를 혁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첨단 패키징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52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이 담긴 법인데 지금까지 대부분 자금은 실리콘웨이퍼 형태로 반도체를 만드는 생산 공장을 짓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도체 패키징은 웨이퍼 형태로 생산된 반도체를 자르고 전기 배선 등을 연결해 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형태로 조립하는 작업으로, 후(後)공정이라 불린다. 그간 패키징은 웨이퍼를 외부 충격이나 과도한 온도, 습도로부터 칩을 보호해주는 역할만 했는데, 반도체의 회로 집적도를 높여 성능을 향상하는 기술이 한계에 이르자 글로벌 기업들은 첨단 패키징을 통한 성능과 전력 효율을 꾀하고 있다.
패키징 분야는 주로 한국을 포함해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이뤄진다. NYT에 따르면 첨단 패키징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에 그친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생산을 늘려도 패키징 기술이 확보되지 않으면 후공정을 위해 다시 아시아 국가에 의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반도체와 관련된 해외 의존도를 줄이려면 패키징 기술 확보도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로카시오 차관이 이번 지원금을 패키징 연구·개발(R&D)에만 쓰겠다고 명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 내에서 첨단 패키징 분야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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