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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0일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당초 8~10일 사흘 동안만 파업에 나서기로 했으나 돌연 입장을 바꿔 총력 투쟁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전삼노는 이날 자체 유튜브 방송을 통해 “1차 목적은 8인치 웨이퍼 라인을 멈추는 것이고 추후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세울 수도 있다”고 사측을 압박했다.
①명분 없는 파업=노조의 구호만 보면 회사 생존이 걸린 HBM과 같은 핵심 제품의 생산을 당장 멈춰야 할 정도로 근로자들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 삼성전자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삼성 내부에서조차 이번 파업의 명분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전삼노는 △2024년도 기본인상률(5.1%)을 거부한 조합원 855명에게 더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성과급 제도 개선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파업 참여 조합원에 대한 보상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지난해 15조 원에 이르는 적자를 낼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일부 조합원만 별도로 임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 등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청구서만 들이밀고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협상 의지가 있다기보다 파업 장기화를 통한 노조 영향력 확대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TSMC, SK하이닉스 등과의 경쟁에 밀려 실적이 떨어지고 자연히 성과급도 낮아지게 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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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반도체시장 ‘스노우볼’=삼성전자 노조가 근시안적 사고에 빠져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삼성 파업이 글로벌 테크 업계의 리스크로 떠올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조의 행동이 눈덩이(snowball)처럼 불어나 삼성은 물론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산업 전반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에서 실제 공급차질이 발생할 경우 애플이나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들까지 공급망 쇼크를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령 전삼노가 가동중단을 선언한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에서는 차량용칩과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이 주로 생산되는데 파업이 장기화하면 제2의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은 공식적으로 “아직 생산차질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24시간 공장이 돌아가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대체인력 투입에도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삼성 내부에서는 파업이 20일 이상 이어지면 한계 상황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전세계가 반도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싸우고 있는데 노조가 최소한의 직업적 소명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③노조 문제 새판짜야=무노조 경영을 자랑해 온 삼성이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 문제에 대한 새판을 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이 전삼노의 투쟁을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스크 상시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삼성 무노조 경영의 핵심은 ‘일을 많이 시키되 성과는 그보다 더 많이 줘 불만을 무마 시켰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제는 노동시간이 제한돼 일을 많이 하면서 성과를 많이 받는 삼성식(式) 성공 방식에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계속 실적이 좋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경기 순환에 따라 실적이 나빠지면 앞으로도 노조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이번 파업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노사관계 및 일하는 문화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 삼성 고위 경영진에서 근본적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이날 총파업에 들어갔다. 한국지엠지부, 현대글로비스지회, 대우조선지회 등 6만여 명이 참여했다. 관심을 모은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는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해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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