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상위 10종목, 코스피 전체 시총의 절반 차지
SK하이닉스, 올해 시총 67% 껑충…KB금융 59% 증가
“쏠림 현상에 의한 성장, 부작용 가져올 수도…지수 추가 상승 관건은 쏠림 해소”
코스피 시가총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대형주 쏠림 현상이 강해지면서 증시 편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합산 시총은 1100조 원을 돌파했다. 10개 종목의 시총 비중은 코스피시장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쏠림 종목이 부진해질 경우 전체 증시가 휘청거릴 수 있다며 쏠림에 의한 성장이 건강한 성장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삼성전자·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현대차·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전자우·기아·셀트리온·KB금융·POSCO홀딩스)의 합산 시총은 1109조 원(9일 기준)이다. 이는 코스피 전체 시총 2339조6890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47.4%에 이른다.
연초 상위 10개 종목의 합산 시총은 982조 원이었으나 7개월 새 시총이 빠르게 불어나며 1000조 원과 1100조 원을 잇달아 넘어섰다. 상위 10개 종목이 코스피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연초 45.7%에서 47.4%로 1.7%포인트 높아졌다. 코스피시장 종목수가 연초 953개에서 현재 954개로 거의 변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총 상위 10개 종목으로의 쏠림현상이 매우 짙어진 셈이다.
쏠림현상은 이차전지 열풍이 불었던 작년보다도 심화했다. 이차전지 대표주인 LG엔솔이 작년 중 최고가(6월 12일, 종가 61만2000원)를 기록했던 당시,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합산 시총은 968조3870억 원으로 1000조 원을 밑돌았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올해 시총이 48조9520억 원 늘며 10%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69조9610억 원 증가하며 무려 67%나 늘었다. KB금융(59%), 현대차(36%), 기아(25%), 셀트리온(20%), 삼성전자우(9%), 삼성바이오로직스(1%) 등 대부분 종목의 시총이 증가했다. POSCO홀딩스(-24%)와 LG에너지솔루션(-15%)만 시총이 줄었다.
외국인의 매수세도 더해졌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0조7840억 원, 3조6700억 원 사들였다. 현대차(3조2970억 원)와 기아(9530억 원), 삼성전자우(1조4720억 원), KB금융(5940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4660억 원)도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의 쏠림은 미국과 동조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S&P500 시총 상위 5개 종목의 비중은 29.7%(5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위 3개 종목인 마이크로소프트(3조4800억 달러), 애플(3조4700억 달러), 엔비디아(3조1000억 달러)의 비중은 20.6%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쏠림 현상에 의한 성장’이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광혁ㆍ우헤영 LS증권 연구원은 “경제에 있어서 전반적인 성장이 아닌 쏠림 현상에 의한 성장이 발생할 경우 해당 분야의 부진이 전체 경제를 예상치 못한 부진으로 이끄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는 민간과 기업 중 기업으로, 수출과 내수 중 수출로, 국가 중에는 미국으로, 업종으로는 반도체 업종으로 지나친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하반기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가정에는 반도체 경기의 호조 지속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가정이 깨질 경우 경제성장 전반의 예상이 어긋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명간ㆍ황지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 기존 주도 업종들의 강세와 쏠림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준기ㆍ박유진 SK증권은 “지수 추가 상승의 관건은 쏠림 여부의 해소될 수 있을까에 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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