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부가 이르면 다음 주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전망이다. 한국과 프랑스가 경쟁하는 가운데, 체코 현지 언론은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러시아와 협력 관계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한국이 유리한 입지를 점했다고 보고 있다.
10일 정부와 원전 업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달 17일(현지 시각) 전후로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프랑스 EDF는 지난 4월 최종입찰서를 체코전력공사(CEZ)에 제출했다. CEZ는 입찰서를 검토한 뒤 지난달 14일 체코 정부에 입찰제안 평가보고서를 보냈다. 한수원은 APR1000 원자로를, EDF는 EPR1200 원자로를 제안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체코 정부가 우선협상자 발표 일정을 언급한 적은 없으나 평가 보고서 제출 당시 한 달간 입찰서를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혀 이달 중순을 발표 시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전에 참여하기 위해 한전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과 ‘팀코리아’를 꾸렸다.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 수출에 성공하면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성공 이후 15년 만에 성과를 내게 된다.
체코는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 떨어진 테믈린에 각각 2기씩 총 4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당초 두코바니 원전 5호기 하나만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3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했다. 사업비는 3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프랑스 EDF가 입찰에 뛰어들었고 웨스팅하우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체코 원전을 수주하면 국내 기업의 실적이 크게 좋아질 전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체코 원전 총사업비 30조원 중 순공사비는 약 19조438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와 주설비 공사 등으로 8조5480억원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계통설계를 담당하는 한전기술은 약 3조6110억원, 시운전·정비 등을 담당하는 한전KPS는 1조7860억원을 공사비로 받을 전망이다.
에너지 업계는 EDF가 우세하다고 보면서 한수원의 역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EDF는 발전량 기준 세계 1위 전력 기업이다. 유럽연합(EU) 전체 발전량의 약 22%에 해당하는 전기를 생산·공급한다. 또 EU 회원국인 체코가 EU에서 입김이 강한 프랑스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체코에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EDF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EDF는 러시아 로사톰으로부터 기자재를 납품받는 등 러시아 원자력 산업과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체코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 체코는 러시아의 로사톰과 중국의 CGN을 보안상 이유로 입찰 경쟁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수출을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체코를 방문해 원전 수주 지원에 나섰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도 함께 체코를 찾았다. 한수원은 APR1000의 노심 시뮬레이터를 체코공대에 전시하고 체코공대와 함께 원전 운영 전문가 양성을 위한 학부 커리큘럼을 공동 개발하는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EDF가 강력한 경쟁 상대이지만 과거 EDF의 원전 프로젝트를 보면 기술 문제나 건설 기간 연장으로 예산이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라며 “한국은 건설 단가가 프랑스의 절반 수준이고 납기를 잘 맞추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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