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표준에 따른 한국형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KSSB)이 투자 유치에 있어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더 강한 규제 수준인 유럽 기준을 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준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 진출과 자금 확보 등에 뒤쳐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법제연구원이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주최한 제4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제도화 포럼에서 이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ESG 공시는 미국과 유럽 기준, 두 축으로 나뉜다. 미국이 주로 사용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은 ‘단일 중대성’,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은 ‘이중 중대성’을 채택하고 있는 게 차이다. 단일 중대성은 ESG 요소가 기업에 미치는 기준을 재무적으로만 평가한다. 이중 중대성은 이에 더해 기업이 ESG 요소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한다.
한국회계기준원이 최근 초안을 발표한 KSSB는 단일 중대성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들은 오히려 ‘이중 중대성’을 채택한 ESG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최유경 법제연 ESG법제팀장은 이를 짚으며 “국내 공시 기준을 제정하는 기관들 역시 국제 제도화 움직임에 맞춰서 효율적인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정책을 조금 더 복합적인 관점에서 수립할 필요가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EU발 그리고 이중 중대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준들 그리고 산업 특성을 반영한 기준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서 법정 공식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중국에서는 이제 저희 재무적 중요성의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이제 유럽과 동일하게 이중 중요성 개념을 사용을 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미국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게 유럽 여러 국가에 수출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결국 EU 진출 기업들의 유럽 공시 표준에 관한 공시 규정에 대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SSB가 ESG 투자자 관점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유승권 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ESG 리더는 미국이 아닌 유럽”이라며 “ESG투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넓은 범위의 보고서를 공개해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지속가능성 공시와 관련해서 유럽은 앞서 있고 미국은 저 뒤에 있다”며 “우리나라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위치를 취해야 한다. 너무 늦으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KSSB 기준으로 정보를 공개했다가, ESG 투자 시장에서 뒤쳐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유 센터장은 “ESG 투자는 민간이 아니라 국민연금공단같은 해외 연기금·공적 자금·국부펀드가 하는 것”이라며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투자자에게 증명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 진출과 자금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공시 부담은 과장됐다”며 “실제로 작성하는 비용은 1000만원에서 5000만원이면 충분한데 이 정도 비용이 없어서 공시를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열변했다.
최 팀장은 “투자자들이 재무적 정보로서의 ESG 요소만을 공시하는 것은 원래 ESG 취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결국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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