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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판 지주택” 사전청약 믿은 내집마련 대기자 뒤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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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이 지난 5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전청약 제도 폐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사전청약만 믿고 평생 살던 서울을 떠나 출·퇴근 3시간이 걸리는 경기도로 이사 왔는데… 허탈합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사전청약자의 하소연이 잇따랐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전 일정 거주기간을 충족하면 공공분양 아파트의 당첨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에 도입됐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터전을 떠나 이사를 감행했지만 정권이 바뀌며 정책사업이 취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피해자가 속출했다. 정부는 신규 공공분양 사전청약을 중단하고 기존 청약자의 청약 자격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민간 사전청약의 경우 진행하던 사업마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인천 서구에 이어 경기 파주에서 민간 사전청약 취소 단지가 나와 청약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가 약속한 내 집 마련의 꿈이 무책임한 정치 대립으로 희생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와 정책의 분리 필요

지난달 28일 운정3지구 3·4블록 시행을 맡은 DS네트웍스는 사전청약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사업 취소를 통지했다. 이 단지는 2022년 6월 사전청약이 진행 당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운정역에서 약 200m 떨어진 총 944가구 단지로 3블록 45대 1, 4블록 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 시작된 금리 인상 여파로 공사비가 급등하며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고 결국 사업 취소를 선택했다.

사전청약자들은 청약통장을 사용해 다른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겼다. 본청약까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해 허비한 시간이 2~3년에 달한다. 공공 사전청약의 경우 다른 사전청약은 제한돼도 본청약에는 참여할 수 있었으나 민간 사전청약은 사전청약 당첨자 지위를 포기해야만 다른 청약에 참여할 수 있었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국가가 주도한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민·중산층의 내 집 마련 꿈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일방적인 피해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국가판 지역주택조합’이라는 비유마저 나온다.

민간 사전청약이 재도입된 것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8월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에 도입됐다가 입주 지연 문제로 폐기됐다. 당초 문재인 정부의 공공분양 정책인 3기 신도시에 대해 사전청약을 실시했는데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분양으로 확대했다. 6개월 내 사전청약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공공택지를 민간에 싸게 분양한 것이다.

제도 도입 당시에도 민간 사전청약은 책임 소재가 분명치 않다는 경고가 나왔다. 공공 사전청약은 사업성이 떨어져도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책임 시공을 할 수 있지만 민간 분양의 경우 사업 취소나 변경 위험으로부터 당첨자를 보호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특히 건설업체들은 사전청약 단계에서 사업을 중도 포기해도 페널티가 없다. 당첨자에게 피해 보상해야 하는 의무도 없다는 점에서 사업성에 따라 중도 포기를 결정할 수 있다.

박윤원 법무법인H 변호사는 “사전청약은 계약 효력이 없고 건설업체나 국토교통부, LH가 모두 빠져나갈 구멍이 있어 계약자에게만 불공정 계약”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사전청약 제도의 페널티가 없는 점은 문제”라며 “정책 도입 때도 리스크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를 책임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청약 자체가 정치 이해 득실만을 고려한 포퓰리즘이란 평도 대체적이지만 정책사업을 쉽게 철회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270만가구 공급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공공분양 주택 브랜드 ‘뉴홈’을 론칭했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뉴홈 사전청약 확대 계획을 발표했지만 올해 5월 사전청약 폐지를 결정했다.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무고한 국민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가덕도 신공항 유찰 사태와 매입임대주택 사업도 ‘정책 실적 채우기용 정책’이라는 평을 받는다.

부동산 학계 한 교수는 “정책 영향을 받는 수요 대상에 대한 고민이나 의견 수렴의 과정이 없이 가시적인 성과에만 치중해 이 같은 정책 실패가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머니s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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