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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 부릉 인수 1년] ① 촉망받던 스타트업 어떻게 품에 안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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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부릉.
/ 사진=부릉.

[딜사이트경제TV 이호영 기자] “유니콘 기업으로 촉망받던 스타트업이 거의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릉(옛 메쉬코리아)’의 ‘hy(옛 한국야쿠르트)’ 인수 직전 상황이다. 

설립(2013년) 후 급격히 덩치를 키우던 배달 대행 스타트업 부릉에게 코로나는 수직 성장하는 기회가 돼줬다. 거칠게 말해 자금만 원활하면 모든 게 순조로웠다. 

부릉은 배달 대행 사업 시작(2015년) 후 정보 기술(IT) 혁신 기업으로서 대규모 투자 유치를 거듭하며 5~6년(2021년) 만에 매출이 60배 가량 확대됐다. 

부릉의 고속 성장의 동력이 돼줬던 이 투자는 고환율·고물가에 투자 불황을 겪으며 부메랑이 돼 부릉을 가격했다.

9일 업계 등에 따르면 부릉이 hy에 인수되기 직전 기업 회생 절차까지 몰락한 원인은 크게 ‘투자 유치 지연’과 ‘유정범 대표’ 정도로 요약된다. 

부릉의 몰락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 요인만 꼽으라면 다름 아닌 ‘투자 유치 지연’이다.  

부릉은 배달 대행 플랫폼으로서 이륜·사륜 등 운송 수단과 배송 기사(라이더),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상품 배달 대행과 화물 운송 관련 서비스를 수행한다. 한마디로 라이더를 공급해주는 플랫폼인 것이다. 부릉라이더스와 부릉로지스틱스를 종속 기업으로 두고 있다.  

부릉은 2013년 1월부터 씨드 13억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투자를 받았다. 2021년 7월 시리즈 E 투자까지 누적 투자금은 2562억원에 달했다. 

투자 유치 상황을 보면 씨드 13억원(2013년 1월), 시리즈 A 투자는 100억원(2015년 1월 4개사), 시리즈 B 투자는 301억원(2015년 8월 2개사, 10월 1개사, 2016년 4월 3개사), 시리즈 C 투자는 80억원(2016년 7월), 시리즈 D 투자는 790억원(2017년 7월 1개사, 2018년 7월 2개사), 시리즈 E 투자는 1556억원(2021년 4월 1개사, 4월 3개사, 7월 2개사)으로 2562억원이다. 

부릉은 투자금을 동력 삼아 급성장했다. 2013년 출범 초 했던 맛집 배달(‘부탁해’) 서비스를 정리하고 2015년부터 배달 대행을 시작한 부릉의 매출은 2016년 52억원에서 이듬해 2017년엔 6배 가량인 301억원으로 신장했다. 이런 성장세는 멈출 줄 몰랐다. 2018년에는 전년 대비 약 2배 늘어 731억원, 2019년 161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엔 코로나로 배달 시장이 커지며 가속도가 붙었다. 2020년 2564억원, 2021년 매출 3039억원으로 5년만에 60배 규모로 확대된 것이다. 

이런 투자 유치가 가능했던 것은 다름 아닌 부릉이 정보 기술 기반의 물류 혁신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혁신을 견인한 사업 핵심엔 빅데이터와 인공 지능(AI)을 토대로 한 물류 솔루션 ‘부릉 운송 관리 시스템(TMS)’이 있다.  

부릉은 ‘부릉 TMS’로 특화된 이륜차 실시간 배송(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부릉 TMS는 통상 업계 디지털 특수 고용 노동자 배달 기사가 소속된(계약한) 지점(지역 대행사)의 지점장이 직접 수행하던 배차 등을 자동화한 것으로 보면 된다. 

부릉 TMS는 이륜차 배송 기사들의 현재 위치, 수행 업무의 종류, 예상되는 배송 품질 등을 분석해 자동 배차와 최적 경로를 제공한다. 이는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부릉 TMS는 배송 기사 수익률을 5% 정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릉은 플랫폼 프로그램(소프트웨어) 이용료를 받는 동종 업계 방식과 달리 직영화(지점) 구조를 통해 라스트 마일 구간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직접 소유한다. 도로나 유동 인구, 주문과 배달 패턴 등 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부릉 TMS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반의 솔루션으로 도입할 수 있었다. 

부릉 경우 사업의 70% 가량이 요기요·맥도날드·버거킹·GS더프레시·홈플러스 익스프레스·CJ올리브영 등 기업 간 거래(B2B) 화주들로 현재 기업 거래처는 400여개 가량이다. 고객 등록 상점만 14만2802개 이상이다. 현재 부릉 배송 기사는 2만여명이다. 전국에 600여개 이상의 직영 물류 거점(지점)도 두고 있다.  

이륜차 외에 냉장·냉동 시스템을 완비한 4륜 트럭을 650여개 이상 운영한다. 수도권 신선 식품 배송·관리용 저온 물류(풀 콜드체인) 풀필먼트(물류 총괄 대행) 센터(FC) 3개, 강남 도심형 물류 센터(MFC)도 3개다. 

“몰락한 유니콘의 꿈”

이처럼 투자금을 통해 성장해온 스타트업 부릉의 내실은 쉽게 다져지지 않았다. 매출 규모만 크는 게 아니라 영업 손실도 확대됐다. 영업 손실 2017년 -160억원, 2018년 -140억원, 2019년 -123억원, 2020년 -178억원, 2021년 -367억5800만원으로 적자를 키워오면서 부릉은 2021년 구주 매각과 함께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약 15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에 나섰다. 

부릉은 이때(2021년)만 해도 최대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올 정도였다. 앞선 투자에서 부릉은 기업 가치 5500억원을 인정 받았다. 2021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이들 배달 대행 플랫폼은 자고 나면 투자가 몰린다고 할 정도로 몸값이 올랐다. 

이러던 것이 이듬해인 2022년부터 분위기가 급반전 됐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당시에 부릉도 유니콘 기업에서 한 단계 내려 몸값 8000억원 수준에서 투자를 진행했다. 조달 규모도 낮췼다.

투자 유치가 1년 가까이 지연 되면서 경영난에 빠진 부릉은 2022년 9월 말 구조 조정에 들어갔다. 사업 부문에서 이륜 실시간 배송 다시 말해 ‘배달 대행(매출 90%)’을 빼고 이외 적자를 내고 있는 새벽 배송과 식자재 사업, MFC 사업 등은 모두 접었다. 또 그해 10월5일까지 희망 퇴직도 받았다. 

100여명의 IT 개발 인력을 따로 뒀을 정도였던 부릉은 2022년 들어 구조 조정 전부터 핵심 인력들이 이탈하고 영업 손실 폭은 370억원 가량으로 최대가 됐다. 

결국 부릉은 2022년 10월6일 출범 10년만에 새 주인을 찾아 경영권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경영권 매각 절차에 들어간 이후 기업 가치는 5500억원보다 급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시점(10월14일)에서는 20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기업 회생과 hy 인수

특히 창업자 유정범 대표는 부릉의 기회를 키워왔지만 부릉에 위협이 되기도 했다. 2019년 학력 경력 위조 논란이 불거지며 시장에서는 향후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또 유정범 대표는 투자 유치 지연 속에 부릉을 기업 회생 절차라는 바닥까지 끌어내린 장본인이다. 부릉의 덩치는 키웠을지 몰라도 영업 적자를 거듭하며 성과는 나지 않는데 기업 가치 1조원 유니콘 기업만 바라보며 유치한 투자금으로 새벽 배송 등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부릉은 배달 대행 이륜 실시간 배송 사업만 보면 흑자를 내왔다.

2022년 10월부터 경영권 매각과 투자자 찾기를 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녹록지 않자 투자 창업자이자 당시 대표이사였던 유정범 대표는 11월25일 법무법인 대륙아주를 통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부릉의 상황은 내홍까지 예고됐다.

부릉이 11월28일엔 자율적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RS)을 신청했고 채권자 OK캐피탈은 12월14일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법원에 유진소닉을 우선협상자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 P플랜을 신청했다. 2023년 1월25일 대표이사에 오른 공동창업자 김형설 부사장도 별도의 ARS를 대표가 되기 전에 신청했다. 바로 이 김 부사장의 ARS에 hy가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약 67%를 확보하는 방안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당시 이사회는 김형설 부사장 대표이사 선임안을 의결하면서 유정범 대표는 해임했다. 이 과정에서 800억원은 헐값 매각이라며 배달 라이더와 유정범 대표의 격렬한 항의 시위가 거듭되기도 했다. 

hy는 2023년 4월 부릉 지분 66.7%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인수대금은 800억원으로 600억원은 선제적으로 긴급히 투입(DPI·법정 관리 기업에 대한 대출, 담보대출금 상환 회생 절차 종결)하고 신주 인수를 위한 주금 200억원을 납입하고 증권교부까지 마침으로써 사실상 인수를 마무리한 것이다. 

데일리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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