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2년 9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올라오고, 매수심리가 회복하면서 수요가 공급 보다 강하게 살아나고 있다. 주택 가격 지표들이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며 하반기 큰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이 추세적 상승장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지방 지역까지 온기가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의 ‘7월 첫째 주(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0% 오르면서 지난주(0.18%)에 비해 상승 폭이 확대됐다. 이는 2021년 9월 셋째 주(0.20%) 이후 145주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자, 올해 3월 넷째주부터 15주 연속 이어진 상승세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중심으로 상승 폭이 컸다. 일례로 영등포구 여의도 삼부아파트 전용면적 175.8㎡는 5월 42억 원에 거래돼 석 달 만에 6억2000만원이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인해 매수심리가 회복되면서 선호단지 뿐만 아니라 인근 단지에서도 상승 거래가 발생하고 매도 희망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게 한국부동산원 측의 분석이다.
전국 아파트값 역시 지난주 대비 0.02% 상승했다. 수도권은 상승폭이 지난주 보다 0.03% 올랐고, 지방은 하락 폭이 축소됐다.
매수심리가 살아나면서 매매수급지수도 2021년 11월 둘째주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100)을 넘어선 100.4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100 이하로 떨어질수록 그 반대를 의미한다.
레버리지 역할을 하는 전셋값도 5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지수 역시 전월 대비 0.27% 올라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 연속으로 오르는 중이다. 월세 인기가 늘면서 월 1000만 원 이상 월세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3㎡는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2500만 원에 거래를 체결했고,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3월 보증금 5억원 월세 2500만 원에 세입자를 맞았다.
다만 이러한 상승세는 서울 지역에만 국한된 흐름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수도권과 지방에선 미분양 물량 적체가 아직 심각한 상황으로, 추세적 상승 전환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단 이유에서다. 때문에 하반기 지방 지역의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서울 중심으로는 바닥을 찍고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지만, 수도권과 지방은 갈 길이 먼 상황”이라며 “경기 일부 지역만 봐도 미분양 해소가 난망한데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으면 하반기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나오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서울은 추세적 상승 전환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서울도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란 점에서 불안한 상태다. 다주택자들이 먼저 들어오고 실수요자들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무주택자들과 갈아타기 1주택자들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하반기 이러한 상승세가 이어질 지에 대해선 고 교수는 “만일 하반기 금리가 인하 된다면, 실수요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면서 매매 가격 상승 폭이 커질 것”이라며 “특히 전세시장보다는 매매 시장이 더 오를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로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시세 수준으로 높일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변수가 없다면 현 수준의 집값 오름세가 8월까지 이어질 텐데, 만약 그렇다면 정부가 추석 전에 강력한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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