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중고 전기차 거래 수 전년비 42.3%↑
전기차 신차 판매량 증가율 8.0%에 그쳐…높은 가격이 원인
실구매가 3천만원대의 보급형 전기차 출시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 필요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에 있어 판매 가격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정부 및 완성차 업계의 가격 인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10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중고 전기차 거래 수는 1만5301대로 전년 동기 대비 42.3%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기차 이외의 중고차 거래 수가 0.8%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반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신차 판매량은 5만5558대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8.0%에 그쳤다.
친환경차를 고려했지만 가격이 부담된 소비자들 중심으로 중고 전기차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5월 한국환경공단이 공개한 ‘전기차 및 충전인프라 보급 확대를 위한 사용자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당시 가격에 대해 응답자 51.2%가 비싸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완성차들도 전기차 시장에서는 실구매가 3000만원대의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기아의 소형 SUV ‘더 기아 EV3’은 세제 혜택과 정부·지자체 보조금이 더해지면 3000만원 초중반까지 내려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합리적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운 경형 SUV ‘캐스퍼 일렉트릭’은 세제 혜택과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받을 시 2000만원 초중반까지 구매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KG모빌리티가 출시한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EV’는 세제 혜택 및 보조금에 따라 2000만원 후반대부터 3500만원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완성차 업계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지난달 11일 친환경차분과 전문위원회에서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인한 전동화 전환 동력 상실을 막기 위해서는 향후 2~3년 동안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고 전기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인식개선 활동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경우, 전기차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우리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전동화 전환 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도 충전 인프라 및 충전시간의 가치를 환산하면 전기차의 경제성 확보에 보조금이 필수적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기차는 세금감면, 구매보조금 지원을 받아야만 내연기관보다 구매 결정에 있어서 우위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내연기관 대비 전기차는 친환경과 경제성이 가장 큰 무기인 만큼 정부의 보조금 지원도 한시적으로 증액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정 교수는 “전기차 캐즘 극복을 위해서는 전기차 보조금 증액, 충전요금 할인 등 경제성의 확실한 우위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환경공단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를 구매하게 된 동기로 가장 많은 27.5%가 보조금 지원을 꼽았다. 환경부가 주요 전기차 예상 할인가와 가격 탄력성 지수를 활용해 산출한 결과, 보조금 증액에 따라 최소 1만2000대에서 1만8000대의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 전기차 국가 보조금 최대 금액은 지난해보다 30만원 줄어든 65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시장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크다”며 “그간 (국내에서는)구매보조금을 낮춰왔는데 수요가 줄면 정부 보조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업체(자동차 제조사)들이 최소 3~4개 이상 있는 유럽·중국과 달리 한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가격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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