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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SON의 슬기로운 재활치료] “다리 꼬고 앉지 마세요”…발을 움직일 수 없도록 만드는 ‘비골신경마비’

마이데일리 조회수  

발을 다친 테니스 선수./게티이미지코리아

피로한 현대인들이 아침잠을 깰 때는 아무래도 몸이 무겁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멀쩡하던 발조차 갑자기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몸도 마음도 몇 배는 더 무겁게 느껴지고 내 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비골(腓骨)신경마비에 따른 ‘족하수(足下垂)’ 때문이다. 발을 발등 혹은 몸 쪽으로 들어 올리지 못해 발이 아래로 축 쳐지는 족하수 현상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내 몸에 찾아올 수 있다. 어떤 예고도 없는 질병이다.

비골신경마비는 족하수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허리 디스크, 뇌나 척수 질환, 신경 질환, 근육 질환, 혈관 질환 등이 일으킬 수도 있다.

비골신경은 아래다리의 2가지 뼈인 정강이뼈(경골)와 종아리뼈(비골) 중 바깥쪽에 위치한 종아리뼈 옆을 따라 내려가는 신경을 말한다.

비골신경은 무릎 뒤쪽에서 더 큰 줄기인 좌골신경으로부터 갈라져 나오는 신경 중 하나다. 갈라져 나온 다음에는 무릎 바깥쪽에 튀어나온 뼈인 비골 머리 부분을 돌아 나온 후 종아리와 발쪽으로 내려간다.

비골신경은 비교적 피부 표면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압박에 약한 편이다. 그 중에서도 비골 머리를 돌아 나오는 부위가 뼈에 걸쳐져 있고 주변에 조직이 적어서 특히 취약하다.

■지하철에서 다리 꼬아 앉기를 피하자

이런 비골신경이 여러 원인으로 인해 압박을 받거나 손상이 생겨 마비가 되면 발과 발가락을 들어 올리지 못 하는 족하수가 발생한다. 발이 아래로 쳐지고 힘이 떨어지기 때문에 걸음걸이에 이상이 생긴다. 쳐진 발목이 어딘가에 걸리면서 다치거나 넘어지기도 쉽다. 걸음걸이가 바뀌면서 다른 관절이나 근육에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종아리와 발등에 저림, 통증, 감각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비골신경마비는 무심코 다리를 혹사하는 일상생활의 좋지 않은 습관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나이에 상관없이 찾아오는 병이다. 다리 꼬기,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 무릎 꿇기 등은 신경을 크게 누르는 자세다, 의자에서 일할 때나 지하철 등에서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나 오래 쪼그려 앉아 일하는 농민들은 물론 주말 농장에 가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신경마비가 온다.

또한, 오랜 시간 한 자세로만(특히 옆으로) 누워 잠을 자거나, 많이 피로한 날 혹은 음주를 한 날 곯아떨어지면 자세를 바꾸지 못해 신경마비가 생기기 쉽다. 꽉 끼는 부츠나 석고붕대로부터의 압박, 골절‧탈구‧외상으로 인한 손상, 수술 후 합병증, 당뇨, 혈관 질환, 말초 신경병증 등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이처럼 비골신경마비는 생활 속 몸에 배어 있는 자세‧동작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특별한 원인을 떠올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탓에 더욱 당황스럽고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질환이다.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을 고치는 수밖에 없다.

다리 꼬기,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 무릎 꿇기를 되도록 삼가야 한다. 이 자세들은 신경마비도 일으키지만 관절에도 아주 좋지 않다. 또 한 자세로 오래 자지 않도록 하고, 바닥이나 딱딱한 매트리스보다는 푹신한 곳에서 자도록 한다. 종아리, 무릎까지 올라오는 석고붕대를 했을 때에 어딘가 많이 눌리면서 통증, 저림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만약 그럴 경우 꼭 담당 의사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치료로는 원인을 해결한 다음, 증상 완화와 신경의 회복을 돕기 위해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을 실시한다. 발이 쳐지면서 발생하는 추가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발을 잡아주는 보조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치료 중에는 걷다가 쳐진 발이 걸리지 않도록 문턱, 카페트, 계단 등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회복 속도는 느리지만 경과는 좋은 편이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도 증상에 차도가 없는 경우에는 수술 등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손영석 삼성서울병원 성균관대학교 재활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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