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35)씨는 지난달 13일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에 1000만원을 넣었다. 이씨는 주식이나 부동산 대신 개인투자용 국채 투자가 낫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정부가 보장하는 만큼 안정성이 높고 원금 손실도 없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다른 투자처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것이라 기대해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개인투자용 국채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를 위해 개인투자용 국채가 무엇인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국채는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동안 개인은 국채 투자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지난해 6월 기준 국채 보유 비중은 기관이 79.4%, 외국인이 19.4%였으나 개인은 1.2%에 불과했다. 정부는 지난달 개인만 투자할 수 있는 개인투자용 국채를 내놓았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된 제도다.
정부가 개인투자용 국채를 내놓은 데는 개인의 안정적인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안정적이고 소액부터 구매가 가능한 개인투자용 국채를 통해 미래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또 기관투자자 위주의 국채 수요를 개인으로 다변화하는 것도 발행 이유 중 하나다. 올해는 총 1조원의 채권이 발행될 예정인데 지난달 2000억원이, 이달에도 2000억원이 발행됐다. 출시 첫 달인 지난달 20년물은 목표 물량에 미달했지만, 10년물은 3.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 1인당 연간 1억원까지…매달 청약 거쳐 배분
개인투자용 국채는 10년 만기와 20년 만기 두 가지가 있으며 원금과 이자를 만기에 한꺼번에 지급한다. 납입 금액은 최소 10만원부터 10만원 단위로 1인당 연간 최대 1억원까지 구매할 수 있다. 미성년자를 포함해 한국 국적 거주자라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시장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 국채와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시장금리가 내려갈 때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을 얻을 수가 없다는 의미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매매용이 아닌 예·적금처럼 장기 저축 용도가 크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매달 발행물량이 제한돼 청약을 거쳐 신청자에게 배분된다. 판매 기간에 청약을 신청해 구매할 수 있는데 전용계좌에서만 살 수 있어 사전에 계좌 개설이 필요하다. 현재는 단독판매대행사로 지정된 미래에셋증권에서만 청약을 할 수 있어 미래에셋 전용계좌가 필요하다. 전용계좌는 미래에셋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지점에서 개설할 수 있다. 이번 달 청약 기간은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로 청약 시간은 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다.
다만 청약한 대로 무조건 구매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청약 총액이 월간 발행 한도를 초과했을 때는 단계별 배정 방식을 따른다. 모든 청약자에게 기준금액(종목별 300만원)까지 모두 배정한 후 남은 물량을 청약자별로 ‘청약액-기준금액’에 따라 비례해서 배정한다.
◇ 20년 갖고 있으면 원금 두 배 돌려준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표면금리에 더해 만기 상환 시에는 가산금리도 함께 적용된다. 표면금리는 전월 발행한 같은 연물의 국고채 낙찰금리가 적용되고 가산금리는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용된다. 표면금리와 가산금리 모두 매달 바뀔 수 있다. 이달 발행되는 국채의 적용금리는 10년물은 3.425%(표면 3.275%+가산 0.15%), 20년물은 3.725%(표면 3.220%+가산 0.30%)이다. 현재 3%대 중반인 은행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복리 이자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유리하다. 복리는 원금에 이자를 더한 금액에 다음 이자가 붙는 구조로 일명 ‘눈덩이 효과’를 낸다. 가령 A씨가 이달 발행되는 20년물 개인투자용 국채 1억원어치를 산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수익률은 복리가 적용돼 108%로 이자 약 1억780만원을 받게 된다. 반면 같은 기간 A씨가 1억원을 단리 예금상품에 넣는다면 예상 수익률은 75%로 약 7500만원의 이자를 받는다.
복리가 적용되는 만큼 오래 보유할수록 만기수익률이 높다. 이달 기준 10년물을 만기 때까지 갖고 있으면 세전 기준으로 만기수익률은 40%, 연평균수익률로 환산하면 4.0%이고 20년물의 경우엔 만기수익률은 108%, 연평균수익률은 5.4%다. 20년물을 구매할 경우 20년 뒤엔 이자를 합쳐 원금의 두 배를 상환받을 수 있다. 안정적인 데다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예·적금을 웃도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세제 혜택도 장점이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하면 이자소득이 14%(지방소득세 포함 15.4%)로 분리과세된다. 세제 혜택은 매입금액 2억원까지 적용된다. 분리과세는 대상 소득을 건별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종합과세보다 세율이 낮은 편이다. 현재는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2000만원을 초과한 금액은 다른 소득(근로, 사업소득)과 합산돼 누진세율이 적용받는다. 다만 세제혜택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올해까지 매입한 금액에 대해 적용되며 세법개정 등으로 변동될 수 있다.
◇ 여유자금으로 장기 투자해야
개인투자용 국채는 매매가 불가능하며 수익률이 고정된다. 안정적으로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투자하는 동안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할 경우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금리 인하로 채권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노리는 전략적 투자자라면 일반 국채가 유리하다. 또 일반 국채와 달리 담보 대출을 받을 수도 없으며 상속·유증·강제집행의 사유를 제외하고는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다.
만기가 10년, 20년으로 투자 기간이 긴 점도 유의해야 한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매입 1년 후부터 중도환매가 가능하긴 하지만 이때 가산금리와 연 복리, 분리과세 등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으면 사실상 장점이 없다. 이마저도 원하는 때 해지할 수 있단 보장은 없다. 정부가 매월 설정한 한도 내에서만 환매가 가능하고 선착순으로 접수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첫 청약 때 20년물은 발행 한도도 못 채운 채 청약이 끝났다. 긴 청약기간에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낀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필요한 자금보단 여유자금을 넣는 것이 합리적이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노후 대비나 자녀 학자금 마련, 증여 목적일 경우 투자 매력도가 가장 높다. 40~59세까지 20년간 매월 20년물을 50만원씩 매입할 경우 60~79세까지 매달 약 100만원을 수령할 수 있어 연금처럼 활용할 수 있다. 또 증여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가령 자녀 계좌로 5000만원(증여세 공제한도)의 20년물 개인투자 국채를 매입했다면 20년 뒤 자녀는 약 1억원을 받으면서 증여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 국채 매입액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