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품’ 논란에 옷 거둬들여…마감 안된 옷, 개인정보 유출 설문도 불만
“저렴하고 디자인은 다양한데, 한 번 빨면 못 입을 것 같네요.”
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중국 패션 플랫폼 ‘쉬인’ 팝업스토어(팝업)에서 옷을 고르던 양희진(27) 씨는 옷걸이에 걸린 옷을 쭉 보더니 손사래를 쳤다. 그는 “올이 풀린 옷도 많고 디자인도 난해해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며 이내 매장을 떠났다.
쉬인이 최근 한국 시장 본격 진출 선언 이후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해 연 이 팝업에는 점심 시간 직후임에도 2030 여성 손님들로 북적였다. 총 2층 규모의 쉬인 팝업 1층엔 포토존을 비롯해 세컨브랜드 ‘데이지’의 의류가 진열돼 있었다. 벽면에는 쉬인 공식 앰버서더로 발탁된 배우 김유정의 화보가 붙어 있었다. 2층엔 쉬인이 자체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하는 자체브랜드(PB) 제품이 가득했다. 티셔츠와 청바지, 블라우스 등이 대부분 1만 원 이하, 2만 원 선으로 저렴했다. 가장 비싼 제품은 여성용 블랙 자켓으로 5만5000원이었다.
진열된 옷을 꼼꼼히 살펴보니, 티셔츠 목 부분 재봉 마감이 제대로 안된 제품이 다수 발견됐다. 오픈 첫날인 8일 매장을 찾은 고객들 사이에서 ‘가품’ 의혹이 불거진 옷들은 이미 매장에서 빠져 있었다.
쉬인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된 제품들은 오프라인에서 뺐고, 온라인몰에서도 제외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쉬인이 온라인 기반 패션 플랫폼인만큼 소비자들과 접접을 넓히기 위해 팝업을 연 것”이라며 “오프라인에서 쉬인이 만든 옷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소비자 반응은 엇갈렸다. 박근주(31)씨는 “직업이 댄서라 특이한 옷을 많이 찾는 편인데, 이곳에선 저렴한 가격에다 한국에는 잘 없는 톡특한 디자인들이 많아 마음에 든다”고 했다. 반면 임예빈(24)씨는 “가격도 따지지만 품질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그냥 한 철 입고 버릴 옷만 살 것 같다”고 말했다.
팝업 곳곳에는 ‘계산 시 부가세 10%가 추가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현장 구매할 경우 쉬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구매할 때보다 10% 비싸게 사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쉬인 측은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에선 ‘소액 수입 물품 면세제도’가 적용되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우리 정부는 해외직구 시 1회당 150달러(미국발 상품은 200달러)까지 관세와 부가세를 면제하고 있다.
쉬인은 이날 1층 이벤트 공간에는 방문고객 대상 고객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이마저 고객의 불만을 샀다. 거주지, 성별, 나이부터 최종 학력, 혼인 여부, 직업까지 체크해야 했다. 윤소영(33)씨는 “선물을 준대서 조사에 참여했는데, 막상 하고 보니 불필요한 개인정보까지 내준 것 같아 찜찜하다”면서 “여러 팝업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민감한 개인정보를 묻는 곳은 처음”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쉬인은 초저가를 무기로 국내 패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2022년 12월 한국 법인 설립 이후 올해 4월 말부터 한국 공식홈페이지를 개설,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최근 국내 SPA 브랜드의 입점도 타진 중이다. 최대 과제는 가품 의혹과 안전성, 품질 논란 극복 여부다. 최근 쉬인이 판매한 어린이용 장화에서 기준치보다 약 680배 높은 발암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문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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