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화재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주요 보험사 가운데 삼성화재의 여성 임원 비중이 17%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포인트는 관례적으로 여성 임원의 몫이었던 소비자관리·브랜드 등 부서에서 벗어나, 투자·글로벌·전략·장기보험 등과 같은 핵심 부서에 여성 임원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사외이사도 이례적으로 2명을 배치해 여성 인재를 적극 중용했다.
삼성화재 여성 임원 비중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게 된 시기는 2019년 이후다. 최영무 전임 사장, 이문화 현 사장 등 ‘내부 출신’ CEO(최고경영자)들이 삼성화재를 이끌게 된 후로 여성 임원 비중이 2배 가량 늘어났다.
조직 장악력과 내부 이해도가 높은 만큼, 능력있는 여성 인재들을 적극 발탁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삼성 특유의 ‘성과주의’ 기업문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DB손해보험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DB손보 내 여성 임원은 전무(全無)한 실정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여성 1명을 사외이사직에 선임했지만, 실질적인 여성 승진 인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생명보험사 3곳과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보 등 손해보험사 5곳의 여성 임원수는 총 45명이다. 전체 임원 수 대비 9.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8곳 보험사 여성 임원진 가운데 상무 급이 31명으로, 68%를 차지했다. 부사장과 전무급은 각각 2명과 3명이었다.
보험사 8곳 가운데 가장 높은 여성 임원 비중을 차지한 곳은 삼성화재였다. 전체 임원진 63명 가운데 여성 임원 수는 11명(17.4%)으로 집계됐다. 주요 보험사 평균 대비 1.8배 높은 수준이다.
주목할 부분은 여성 임원진들이 핵심 부서·직급에 배치돼 있다는 것이었다. 여성 임원들이 상무급에만 배치돼 있는 경쟁사와 달리, 여성 부사장도 2명이었다. 또 지역사업단장, 장기보험전략, 투자사업, 데이터사이언스, 글로벌 전략 등 다양한 핵심 전략 부서에 여성 인재들이 중용됐다.
삼성화재는 연말 임원 인사마다 여성 인재를 적극 중용하며 눈길을 끌었다. 임원진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려는 조직 문화가 있는 것 같다”며 “여성 사외이사 의무화 제도 도입 전부터 여성 인력 비중 확대를 위해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평균 대비 여성 임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14%, 13.5%로 집계됐다. 삼성생명 여성 임원들은 재무심사, 교육, 디지털, 영업지원, 상품 등 부서에서 활약하고 있고, 한화생명에서는 보험, 전략, 브랜드 등에 여성 인재가 배치돼 조직을 이끌고 있다.
DB손보는 임원진 63명 가운데 여성 임원이 ‘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성 사외이사 1명이 배치됐는데, 이는 2022년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여성 인재를 선임한 것이다. DB손보 관계자는 “보험업계 특성상 남성 직원 비중이 높은 영향”이라며 “부장급의 경우에는 여성 비중이 꽤 높은 편인 만큼 향후에는 여성 임원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과 KB손해보험도 여성 임원 비중이 낮았다. 양사 모두 여성 임원이 각각 3명으로 집계됐는데, 법적으로 의무화된 여성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여성 임원은 2명에 불과하다. 교보생명 여성 임원은 마케팅·플랫폼 관련 부서를, KB손보는 인사·리스크관리 부분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