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정확, 효율의 민족. 답답한 건 못 참고, 느린 건 더 못 참으며, 쓸데없는 낭비는 더더욱 용납을 못 한다죠. 이런 이들이 요즘 대화에 올리는 이름이 있는데요. 바로 고민시입니다.
고민시는 tvN 새 예능 ‘서진이네2’에 새로 합류한 배우인데요. 지난 시즌 ‘서진이네’ 인턴이었던 방탄소년단(BTS) 뷔가 입대로 빠지면서 그 자리를 채웠죠.
서진이네는 tvN 대표예능 ‘윤식당’ 시리즈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인데요. 과거 ‘윤식당’의 이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서진이 해외에서 작은 식당을 차리고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입니다. 시즌1에서는 떡볶이, 김밥, 라면, 핫도그 등 주요 분식을 판매했죠.
‘서진이네’는 2022년 12월 약 10일간 멕시코 킨타나 로오 바칼라르에서 촬영해 지난해 2월 방영됐는데요. 최고 시청률은 9.3%(닐슨코리아 전국가구기준)로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했죠. ‘윤식당’보단 낮아진 수치였기에 아쉬움을 주기도 했지만, 출연자인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뷔(김태형)의 인지도와 케미가 큰 화제성을 불렀습니다.
이번에는 북유럽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를 찾았습니다. 올해 3월에 촬영됐고, 추운 나라에서 뜨끈한 국밥을 판매한다는 목표죠. 나영석표 예능에서 줄곧 곰탕을 끓여왔던 이서진이 드디어 날개를 펴게 된 건데요. 꼬리곰탕, 소갈비찜, 매운 소갈비찜, 돌솥비빔밥 등 전통 한식을 준비했습니다.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서진이네2’는 이제 2화까지 방영됐죠. 특히 새로운 멤버 소개와 메뉴 선정, 나라 선정 등 사전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첫 영업이 시작된 2화가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도전과 멤버들의 케미에 긍정 피드백이 나왔지만, 비판과 우려의 시선도 많은데요.
‘서진이네1’에서도 가게 운영에 대한 비판이 나왔던 바 있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분식이란 음식을 준비하면서, 유달리 불만을 표했던 멤버들 때문이었는데요. 매회 “힘들다”, “더는 못하겠어요”, “쉬고 싶어요” 등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직원들의 모습이 두드러지면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졌죠. 오픈 시간 딜레이, 브레이크 타임, 휴무, 반차 등 여러 복지에도 사장님에 대한 불만을 표하거나, 심지어 손님과의 약속보단 직원의 호소가 더욱 강하게 통하는 식당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요? 비슷하지만 또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분식보다 어려워진 한식을 제공하는데다 꼬리곰탕은 기본 준비가 더 걸리는 탓에 부담감도 앞섰죠. 돌솥비빔밥 또한 채소 등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 메뉴이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식당 오픈 전 ‘미리 준비’가 웬만하면 가능한 메뉴이기도 헀는데요. 꼬리곰탕도 소갈비찜도 상당 시간 익혀야 하는 메뉴이기에 완성된 상태로 데우기만 하면 됐고, 돌솥비빔밥 또한 채소를 미리 준비해 놓으면 밥 위에 얹어 손님에게 제공하면 됐죠.
불안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던 구성, 단체팀 8인석을 제외하곤 2인석 2개에 4인석 3개 정도로 홀이 꽉 찬다고 해도 총 24석 정도였기에 부담스러운 인원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첫날 장사는 인원이 적었다며, 조금은 허술한 준비를 한 것이 문제가 됐는데요. 홀을 3명, 주방을 2명으로 배치하는가 하면 밥 또한 부족했죠.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열자마자 손님들이 쏟아졌고, 테이블이 가득 들어찼습니다. 또 모든 시청자의 예상대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갑작스러운 주문에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또 어떤 것부터 준비해야 할지, 모자란 음식은 어찌해야 할지 우왕좌왕거렸죠.
이 가운데 독보적인 모습을 보인 건 고민시였습니다. 현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수습에 나섰죠. “밥 어떡하지?”, “밥을 왜이리 적게 했지?”라고 말만 내뱉는 최우식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답한 뒤 바로 새 밥을 준비했죠. 또 소갈비찜 고명 등을 빼먹자 이를 언급해 주는가 하면, 비빔밥을 담당하는 과정에서도 홀에서 요구하는 다른 업무들을 멀티태스킹으로 해내고, 시간이 잠시 비게 되면 곧바로 쌓여있는 설거지를 치우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녁 장사에 쓸 재료들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박서준과 시장에 다녀오기도 하고, 준비된 모든 재료가 소진돼 하루 장사를 마무리하게 되자, 다음 날 내놓을 깍두기를 미리 만들기도 했죠. 오늘 하루의 문제점을 꼽으며,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을 복기하기도 했는데요. 주방 파트너인 최우식이 “민시야, 물은 좀 먹었니?”라고 묻자 “화장실 갈까 봐 못 먹었다”며 책임감 가득한 답변을 건넸습니다. 최우식은 고민시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답답함은 시청자들의 몫이었습니다. 고민시가 물론 일머리 있게 모든 일을 착착 해내는 모습은 박수받을 만했지만, 속이 터진다는 건데요. 예상과 다르게 손님들이 몰리는데 홀 3명, 주방 2명의 업무 배분을 바꿨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죠. 거기다 인턴에게 일이 가중되는 것이 올바른 구조인가에 대한 비판도 많았습니다. 고민시가 큰 역할을 했지만, 이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이죠. 화장실도 한번 못 가고 그 자리를 지킨 고민시의 모습을 보고 “고민시가 불쌍하다”, “고민시만 일하나요?”, “서진이네가 아닌 고민시네로 바꿔야 한다”라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시청자들은 메뉴 효율성 문제, 주방 동선 문제, 주문 정리 문제, 시스템 문제 등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문제점을 언급했고, 타 방송에서 활약 중인 “백종원네 가서 배워라”라며 비난했죠. 물론 만석인 탓에 홀도 복잡했고, 박서준과 정유미가 홀과 주방을 오가며 도왔던 점을 예시로 들며 ‘이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옹호글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저 일머리 있는 직원이 모든 것을 감당하는 모습이 마치 ‘열정페이’와 맞물리며 청년들에게 고구마를 안겼는데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해본 이들이나 직장인들이 “일 잘하면 일을 더 한다”라고 한탄했던 모습을 예능에서도 본다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오히려 다 같이 “힘들다”며 징징댔던 지난 시즌보다 한 명에게 일이 가중되는 모습이 더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왔죠.
이미 ‘서진이네2’는 촬영이 완료된 작품이기에, 시청자들의 이런 피드백은 구성에 변화를 주지 못하는데요. 이들이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부디 효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죠.
모두의 가슴을 치게 했던 ‘서진이네2’ 2회는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8.4%, 최고 11.7%, 전국 가구 기준 평균 8.1%, 최고 10.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는데요.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은 수도권 평균 3.4%, 최고 4.5%, 전국 평균 3.4%, 최고 4.5%로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올랐죠.
쏟아진 피드백도 ‘서진이네2’의 인기를 방증하는 것일 텐데요. 예능은 예능일 뿐 다큐가 아니라지만 더 현실적인 모습에 속이 터지는 상황, 더는 고민시의 고군분투를 만나지 않을 수 있을까요? 1화 만에 달라질 모습을 바라는 부질없는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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