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학기 중 해외여행 등 체험학습을 가지 않고 꾸준히 등교하는 초등학생을 비하하는 뜻에서 ‘개근 거지’라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해당 표현이 쓰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외신은 이 표현이 한국의 ‘압박 문화’를 대변한다며 조명하기도 했다.
6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개근 거지는 누구인가? 일하고 공부만 하며, 즐기지 못하는 한국 젊은이를 이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에서 학생들의 ‘개근’을 평가하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한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여가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한다’는 관점이 유행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에게 개근은 여행‧휴식을 위한 시간, 비용을 쓸 여유 없이 오로지 학습과 수입 창출에만 전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매체는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아버지 A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A씨는 당시 글에서 “어제 아들이 ‘친구들이 ‘개거’라고 한다’고 울면서 말하더라. 개거가 뭔가 했더니 ‘개근 거지’더라”라며 “학기 중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는 안내는 받았는데 안 가는 가정이 그렇게 드물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적었다.
그는 “외벌이로 월 실수령액이 300만~350만원이다. 생활비와 집값을 갚고 나면 여유 자금이 없는 형편”이라면서도 아들을 위해 해외여행 비용을 쓰기로 결심했다. 국내여행을 제안했으나, 아들이 “한국 가기 싫다. 어디 갔다 왔다고 말할 때 쪽팔린다”고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체험학습도 다른 친구들은 괌, 싱가폴, 하와이 등 외국으로 간다고 하더라. 결국 아내와 상의 끝에 아내와 아들 둘만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로 하고, 저렴한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SCMP에 따르면 ‘개근 거지’라는 표현은 물질주의와 성공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의한 사회적 압박과 관련 있으며,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매체는 한 아동학 전문가를 인용해 “성장기에 ‘개근 거지’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 낙인이 평생 흉터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몇년간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겨울에 유행이 지난 패딩 착용 시 ‘패딩 거지’라고 놀림받는다는 말도 돌았다. 겨울철 고가의 패딩 제품은 100만원을 호가하는데, 이런 제품이 아닌 제품을 꾸준히 착용할 경우 비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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