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남 입지에 재건축 호재 ‘과천’…신고가 속출, 거래량 5배 늘어

[현장점검-요동치는 집값] 강남권 갈아타기 수요 몰린 과천, 1년새 집값 10% 뛰어

[땅집고] “최근 한 두 달 사이 경기 과천 일대 거래량이 폭발했다. 상급지인 강남권으로 가기 전 중간 단계로 거치거나, 재건축 사업 전에 물건을 사두려는 투자수요 등이 함께 작용하면서 거래도 늘고 가격도 많이 뛰었다.” (이정훈 이마트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서울 상급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가운데, 과천 집값이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KB부동산에 따르면, 과천시의 아파트매매지수는 2023년 6월 87.4에서 1년 사이 96.1로 10% 이상 상승했다. 최근 1년간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수준이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과천시 5월 거래량은 95건으로 작년 12월(19건) 대비 5배 늘었다. 과천은 강남과 30분 정도 거리에 있어 ‘준강남’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 원도심 신축-재건축 단지 3억 가량 상승

과천의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곳은 4호선 과천역과 정부과천청사역 일대의 원도심 지역이다. 부림동, 별양동, 중앙동에 위치한 신축 단지와 재건축 단지들에서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고, 실거래가도 오르고 있다. 원도심 신축 단지는 2억~3억원 가량 올랐고,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3억원 이상 상승했다. 최근 3개월간 과천에서만 신고가 거래가 18건 이뤄졌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21억원에 거래돼 지난해 6월 18억8000만원 대비 2억원 이상 올라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16억9000만원이던 원문동 ‘과천위버필드’ 84㎡는 1년 사이 3억5000만원이 올라 지난달 20억4000만원에 팔렸다.

재건축 단지 상승폭은 더 크다. 지난해 12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중앙동 ‘주공10단지’ 105㎡도 6월 23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지난해 4월 19억원에서 4억5000만원 상승했다. 사업시행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주공 5단지’ 103㎡는 지난달 19억원에 거래돼 지난해 2월 16억1000만원 대비 3억원 가까지 올랐다.

지식정보타운 내 신축 아파트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나왔다. 갈현동 ‘과천푸르지오라비엔오’ 84㎡는 지난 6월 15억8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6월에 거래된 4건 모두 15억원을 넘기며 2021년 분양가 7억5000만원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 최상급지 대안, 지방 부자 몰리고 재건축 기대감 커져

집값 상승에는 여러 형태의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최상급지인 강남, 서초 등 강남권 갈아타기 수요자들이 대안으로 과천을 주목한 것이다. 서울과 가깝고, 원도심에 입주 5년 미만의 신축 단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순조로운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수요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방 부자들이 강남권 입성 전 과천을 중간다리 삼거나,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신도시에서 갈아타기 거래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별양동 이마트공인중개사사무소 이정훈 대표는 “과천에서 반포 같은 상급지로 갈아타면서 내놓는 매물들이 많이 거래됐다. 지방에서 강남으로 진입하기 전 중간다리로 거쳐가거나 평촌, 산본에서 갈아타기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빠른 재건축 속도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주공4단지는 지난 1일 착공했고, 8단지와 9단지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두고 있다. 5단지와 10단지 역시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주공 단지들 재건축 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그 기대감에 투자 수요가 많은 편”이라며 “4단지는 8월 초 조합원 동호수 추첨 이후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반분양가는 3.3㎡당 5600만원대 정도인데,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강남과 비교하면 저렴해 투자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 “지정타 조성으로 인구 증가, 집값 계속 오를 것”

과천은 향후 인구 증가로 인해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갈현동, 문원동 일대 지정타 조성으로 일자리가 늘면서 베드타운에서 자족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는 평가다. 2027년까지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구개발(R&D) 등 지식산업 업무시설과 아파트 단지를 조성 예정이다. 현재 12개 아파트 단지 중 9개 단지 5300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갈현동의 안은정 스타부동산 대표는 “아직 입주 2년차를 넘기지 않은 단지들이 많아서 거래가 적고 기반시설이 갖춰지기 전이지만,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기업들이 입주하고 2026년 말 과천정보타운역이 개통하면 집값 상승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정타로 인한 인구 유입 효과는 상당하다. 지정타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2017년 5만여명에 불과하던 과천시 인구는 작년 8만명을 넘겼다. 올 6월말 기준으로는 8만4900명에 달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과천 아파트 실거래 중 외지인 비중은 29%로 경기도의 19%를 상회했다.

갈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정타뿐 아니라 과천시 북부의 주암지구와 과천지구 등을 개발하면 과천시 인구는 10만명을 넘길 것”이라며 “원도심의 신축, 재건축 단지들과 새로 개발하는 택지지구들이 시너지를 발휘하면 과천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천=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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