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배당, 글로벌·신흥 시장 대비 낮은 수준”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 소액주주 이익 침해”
“자발성 한계…배당세·금투세 등 세제 걸림돌”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한국 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상징”이라면서도 “성과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9일 보고서를 내고 “최근 자사주 소각에 참여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등 주주 배당이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지만, 아직 이런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글로벌·신흥 시장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프랭클린템플턴은 “10년 평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주가수익비율(PER)은 12.8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로 MSCI 신흥시장 지수 PER(13.9배)과 PBR(1.6배)을 고려하면 대형 신흥국 시장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저조한 MSCI PER 등은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와 소액투자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서 비롯된다고 판단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재벌 기업들이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지만, 가족 주주에게는 유리한 거래를 자주 행한다”며 “가족 주주에게 종속된 기업 경영진들이 기업을 어떻게 경영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은 기업 공정가치에 할인을 적용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로는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거론하며 “MSCI 한국 지수 ROE는 8.9%로 MSCI 신흥시장 지수(11.8%)를 밑도는데, 이는 신흥시장 평균보다 3%포인트가량 낮은 6.7%의 순이익율에서 일부 기인한다”고 했다.
한국의 주주가치 제고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배당소득세와 금융투자소득세 등 세제를 꼽았다. 프랭클린템플턴은 “대주주에 부과되는 높은 배당세는 대주주가 배당금 확대를 요구할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대주주가 소액 주주들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수단들을 통해 기업가치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요인으로 프로그램의 자발성과 세제 개편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 등을 들었다. 예컨대 한국거래소가 하반기 중 발표할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기업 참여를 유도할만한 대목이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에 강제성이 없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창업주 일가가 낮은 지분율에도 재벌 그룹에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도 문제 삼았다. 아울러 세제 개편을 통한 밸류업 프로그램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지만, 21대 총선에서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제도적 변화를 기대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소액 투자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정치적 환경 변화도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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