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수출 훈풍에 한국은행이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 상향은 물론 경제성장률도 소폭 상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가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경상수지는 5월에 이어 6월에도 확대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건은 부진한 내수다. 통상 수출 호조는 소비 개선으로 이어지는 게 정상이지만 2분기 내수 지표는 계속 후퇴하고 있다.
8일 한은에 따르면 1~5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54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상반기 경상수지 목표치의 91%를 달성했다. 상반기 흑자 전망인 279억 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서프라이즈가 이어지면서 올해 흑자 전망 역시 600억달러에서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6월엔 흑자 규모가 5월보다 더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 안팎에선 100억 달러 내외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상수지 항목 중 상품수지 산출 기초 자료인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5월 49억6000만 달러였는데 6월엔 80억 달러로 2020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분기 배당 지급 요인이 사라지면서 본원소득수지도 흑자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 서프라이즈는 반도체 수출이 견인하고 있다. 5월 반도체 수출은 115억5000만 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53%나 증가했다. 6월 반도체 성장은 더 거세다. 6월 전체 반도체 수출액은 전달보다 50.9% 늘어난 134억2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생각보다 더 탄탄한 성장세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뒷받침 한다. 인공지능(AI)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6월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88억 달러로 전체 반도체에서 65.8%까지 늘었다. HBM 수요 증가율이 올해 200%에 달하고 내년에도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 경제통계국은 성장 배경을 반영하기 위해 HBM 전문가를 섭외해 따로 강연을 듣기도 했다.
탄탄대로인 수출과 달리 내수 부진은 올해 경기 발목을 잡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경제 흐름을 반영해 이날 ‘경제동향 7월호’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수는 고금리 영향으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경기 개선세는 다소 미약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5월 생산·소비·투자(설비투자·건설기성)는 한꺼번에 전월 대비 감소를 기록했다. 정부 역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수출 전망치는 높였지만 민간소비(1.8%)와 건설투자(-1.2%) 증가율은 변화를 두지 않았고 설비투자 전망은 3%에서 2%로 꺾였다. 특히 건설투자는 내년까지 -1.2% 감소했다. 반도체 호조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류진이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5~6월 내수 지표 부진은 일시적이기 보다 하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한국 내수 경기의 저점은 이동량 증가 수혜를 받을 수 없고 수출 경기의 파급효과 및 기준금리 인하 효과도 누릴 수 없는 3분기가 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국은행으로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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