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대신증권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오너의 꿈만 좇아가고 있다”
대신증권 노조가 사측의 경영 전략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대신증권이 부동산 사업에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본업인 증권 업무에서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초부유층을 겨냥한 영업 전략이 실패하고 있음에도 이를 고수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 “대신증권 리테일 부문 시장 점유율 2.82%까지 하락”
8일 대신증권지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대신증권의 리테일(개인 고객 대상 영업) 부문 시장 점유율은 2.82%까지 추락했다. 이는 한때 업계 2~3위를 차지했던 대신증권의 위상에 비춰볼 때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점유율 하락은 실적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대신증권의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순이익은 18.1% 감소한 580억원, 영업이익은 15.5% 줄어든 800억원, 순영업수익은 14.1% 하락한 19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대신증권이 업계 전반의 호조세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거래대금이 증가해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 개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대신증권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신증권지부는 이 같은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사측의 잘못된 경영 전략을 지목했다.
노조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대신증권이 부동산에 특화된 금융그룹이라며 부동산 수직 계열화를 추진했지만, 이는 오히려 독이 됐다”며 “부동산에 집중하다 보니 본업에서는 점유율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과정에서 증권사 본연의 업무인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서비스가 소홀해졌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 “전략 실패에도…오너의 꿈만 좇아”
노조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사측의 초부유층 겨냥 전략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부자를 쫓아다니며 삼성증권이나 하나은행 같은 선도 기업들을 모방해 초부유층 대상의 새로운 컨셉트 영업점을 계속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 ‘나인원 한남 라운지’를 들었다. 이 라운지는 고급 주택단지에 위치한 초부유층 대상 영업점으로, 4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신증권은 일반 영업점 축소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초부유층을 겨냥한 새로운 영업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나인원 한남 라운지를 통해 대신증권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증명이 됐다”며 “회사가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오너의 꿈만 좇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 “영업점 축소 아닌, 일정 부분 확장해야”
대신증권은 최근 영업점 축소 정책을 추진 중이다.
여의도금융센터를 시작으로 광주, 대구 지역과 서울 강남 일대의 영업점들을 통폐합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영업점은 축소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정 부분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경쟁사에서 소외된 5000만원 내외의 중소형 고객층을 흡수하여 ‘고객성장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점, 영업점 주변의 법인과 개인 고객들에게 직접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하고 신용·담보대출 등의 영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와 함께 노조는 대신증권이 과거 HTS 도입으로 급성장했던 것과 달리, 최근 20년간 혁신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신 대주주 배당과 사업 다각화에 이익을 사용하면서 리테일 부문의 IT 혁신은 지지부진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리테일 부문에서 창출한 이익은 대주주를 위한 대규모 배당으로 이어졌고, 사업다각화를 위한 총알로 쓰였다”며 “그 결과 대신증권의 영업기반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 “모든 혁신의 중심에 ‘고객’ 있어야”
대신증권 노조는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사측의 경영 전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해왔다.
주요 제안으로는 ▲7000만원 미만 중소형 계좌 관리 강화 ▲위탁매매 강화와 ‘롱테일 전략’ 도입 ▲영업점 확대 ▲고객 중심의 KPI(핵심성과지표) 개선 등이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KPI를 ‘총수익’과 ‘고객수익률’ 두 가지로 단순화 ▲7000만원 이하 계좌의 영업점 이관 ▲조직성과급 부활 및 가급제도 철폐 ▲영업점 승진체계 정상화 등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노조는 “모든 혁신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며 “직원들의 노력한 대가도 공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의 전략대로라면 회사가 원하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영업력이 훼손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기본적인 삶도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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