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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업계, 물가상승 속 ‘직매입’ 속도…경쟁사 비판은 고민

데일리안 조회수  

CU, 해외 직매입 통해 독일 우유 선봬

물가상승 속 소비자 선택지 늘리는데 ‘의미’

유업계, 소비자 외면 우려…국산우유 경쟁력↓

편의점 CU에서 여성 모델이 독일 프리미엄 유제품 브랜드 올덴버거를 선보이고 있다.ⓒBGF리테일

최근 유통업계가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PB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먹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와 얽히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선택지를 높일수록 유입되는 소비자는 많아지지만 관련한 비판도 피해갈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3일 편의점 CU는 해외 직매입을 통해 독일 프리미엄 유제품 브랜드 올덴버거의 멸균우유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올덴버거 멸균우유는 일반과 저지방 2종으로 1L(리터) 용량이다. CU에서 판매 중인 동일 용량의 국내 브랜드 일반 흰 우유보다 35%가량 저렴하다.

CU는 앞서 1월 멸균 우유에 대한 고객 반응이 뜨거웠던 것을 고려해 고품질 독일산 상품을 직수입했다. 통상 수입 상품은 해외 제조사에서 수출 전문회사, 국내 수입원, 유통 판매원 등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CU는 직매입으로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높였다.

우유를 사 먹기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가운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지난 1월 출시한 폴란드 직수입 우유 초도물량 15만개가 출시 2~3주 만에 완판됐다”며 “이후 추가 물량 들어오는 과정에서 근처 해협에서 전쟁 발발해 운하가 막혀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으로 추가 입고가 어려웠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장바구니 필수 품목인 우유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내놓기 위해 직수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력 있는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은 유통업체가 존재하는 목적이자 일종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소비자에게 더 넓은 선택권을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고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라면 상품의 가격과 관계없이 꾸준히 선택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방문객이 우유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유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외국산 멸균 우유 수입 및 소비 증가로 유업계는 물론 낙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유통 채널인 CU에서 외국산 멸균 우유를 직수입까지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먹거리 증가의 영향으로 국내 우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데다,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소비자 외면에 대한 우려까지 겹쳤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해외 제품을 선호하게 되면 국내 유업체의 제품들은 이들 가격 경쟁력에 밀려 우유 생산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엔 낙농가도 납품량이 줄어들게 돼 유업계, 낙농가 종사자 모두가 함께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업계에서는 조만간 이뤄질 원유 기본가격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11일부터 30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올해 원유 기본가격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원유 가격은 생산자와 유업체가 생산비 증가액의 최대 70%까지 인상하는 범위 내에서 협상한다.

올해 원유 기본가격 협상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흰우유가 중심인 음용유(마시는 우유)와 치즈, 연유, 분유 등 가공유 제품에 사용하는 가공유의 인상 폭을 정해야 한다. 국내 유업체는 그동안 낙농진흥회가 결정한 원유 기본가격을 준용해 왔다.

지난해 낙농가의 우유 생산비는 ℓ당 약 1003원으로 전년 대비 4.6%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음용유 사용량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상황을 반영해 생산비 상승분(ℓ당 44.14원)의 0∼60%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권고했다. 금액으로는 ℓ당 최대 26원 오를 수 있다.

원유 기본가격은 2020년 이후 최근 3년 연속 인상됐고 지난해에는 음용유 기준 ℓ당 88원, 가공유는 87원 상승했다. 이는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된 첫 해 106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인상 폭이었다.

원윳값 소위는 지난해에도 마감 기한을 세 차례나 연장하며 50일 가까이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결론을 내렸다. 소위에서 협상 결과가 도출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친 뒤 최종 확정된 원유 기본가격을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한다. 각 유업체는 원유 기본가격 인상 폭을 토대로 제품 가격을 다시 산정한다.

유업계 관계자는 “아직 수입 멸균 우유의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우유 소비가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국산 우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멸균우유 수입으로 인해 유업체들은 인해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개인 카페에서도 라떼를 만들 때 비용 절감 차원에서 수입 멸균우유를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여기에 현재 원유 가격에 대해 협상을 하고 있어 국내 우유의 가격 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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