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시장에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하자 국토교통부가 공급량과 예정 물량 모두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섣부른 장담”이라고 지적한다.
하반기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실수요자 매수ㆍ투자 수요가 늘어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국 아파트 착공 실적이 역대급으로 저조한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아파트 착공실적, 서울ㆍ인천 늘고 수도권·지방 감소
7일 국토부 통계누리 ‘주택건설실적통계(착공)’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 아파트 착공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 집계한 4만6128가구 대비 18% 줄어든 3만7793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고금리가 이어지고, 공사비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악재가 겹치면서 주택 공급자들이 착공 시기를 미룬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파트 착공 실적은 수도권과 지방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1분기 수도권 아파트 착공실적은 지난해 2만8211가구 대비 25% 줄어든 2만1000가구로 집계됐다. 지방 착공 물량은 1만6793가구로 지난해 1만7917가구보다 6% 줄었다.
특히 경기 지역 아파트 착공실적이 급감했다. 경기 지역 1분기 아파트 착공 실적은 지난해 2만126가구보다 58% 감소한 8480가구다. 2011년 1분기 5976가구, 2012년 1분기 5637가구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실적이다.
반면 서울과 인천 착공실적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서울은 지난해 1분기 6323가구 대비 34% 늘어난 8530가구, 인천은 1762가구보다 126% 늘어 3990가구로 집계됐다.
■정부 “공급 부족ㆍ집값 상승 우려는 ‘조급증’”…전문가들은 “文정부 실책 답습”
최근 국토부는 주택공급 부족 우려를 의식, ‘주택 공급 및 시장 상황 점검 회의’에서 “충분한 대기 공급 물량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연내 2만 가구 규모 신규택지를 발표하고, 2년 내 12만 가구를 추가 공급할 예정임을 근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최근 확산하고 있는 서울 집값 상승세도 장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생아 특례 대출의 영향이 9억원 미만으로 제한됐고, 금융당국에서도 가계 부채에 대한 관리 기조를 강하게 가져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집값 추세적 상승을 예단하는 것은 ‘조급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국토부의 전망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공급 확대는 고사하고 공급 절벽에 대한 공포로 ‘패닉바잉’ 현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대책 발표 후 주택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2~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최근 불붙고 있는 집값 상승세를 안정시키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국토부의 장담이 섣부를 수 있다는 데 힘을 보탠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하반기 한 두 차례 기준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공급이 충분해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장담했다가 되려 집값이 올라 ‘패닉바잉’을 초래했던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2020년 7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담은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주택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연간 4만 가구 이상 아파트를 공급하고, 최근 3년간 서울 인허가 착공ㆍ입주 물량이 평균을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불과 석달만에 ‘공급 부족’을 인정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김 전 장관은 주택 공급 정책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 만들었을 것”이라고 발언해 ‘빵투아네트’(빵+앙투아네트)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과거 정부의 실책을 답습하고 있는 꼴”이라면서 “정부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닌 현실성을 기반으로 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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