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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법파견’ 경고한 아리셀 참사

이투데이 조회수  

김준호 한양노무법인 대표노무사


무려 31명의 안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참사는 불법 인력파견이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아리셀은 인력공급업체인 메이셀과 구두로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메이셀에서 적법하게 작업자에게 업무지시를 했다는 입장이고, 메이셀은 아리셀이 요청하는 인력만 공급했을 뿐 아리셀에서 직접 작업지시 및 교육을 했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악의 참사를 앞에 두고 피해자들을 고용한 업체인 아리셀과 메이셀이 자신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자 서로 상대방 측이 진짜 고용주임을 떠넘기고 있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제조업 인력난에 불법인력공급 만연

메이셀은 아리셀 공장 내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업체다. 피해자들은 리튬배터리 포장·검수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먼저, 아리셀의 주장과 같이 양측이 맺은 계약이 ‘도급계약’이라면, 아리셀은 메이셀 근로자들의 채용에 관여하거나, 업무지시를 해서는 안된다. 아리셀이 메이셀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 등을 했다면 ‘파견계약’ 관계가 성립되고, 대법원의 최근 판결과 같이 포장·검수업무를 직접생산공정으로 볼 경우 파견금지직종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불법파견’으로 인정되어 아리셀은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법령상 고용주로서의 일체의 책임을 지게된다.

반대로 아리셀 측의 주장과 같이 정상적인 적법한 도급관계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메이셀이 직접고용주로서 법적인 책임을 지게된다. 현재 언론보도만으로 볼 때 인력을 공급한 메이셀 측에서 파견관계임을 상세히 밝히고 있어 아리셀 측의 주장과 같이 적법한 도급관계로 판단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관련 TF에서 안전조치와 더불어 불법파견 여부도 같이 조사 중임을 밝히고 있어 조만간 판단이 나올 예정이다. 아울러 고용노동부의 사고 조사가 마무리되면 중소 제조업체 안전관리 현황과 불법파견 등 고용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예상된다.

한편 중소 제조업체는 인력난이 점차 가중되는 실정에서 일부 지역은 외국인 근로자 부족 현상까지 대두되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는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싶어도 제조업 회피 및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취업인력의 감소로 자체 채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더구나 임시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인력DB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아 부득이 지역의 인력공급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영세업체의 경우 생산량에 따라 인력 규모를 고무줄처럼 조정할 수 있고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는 불법인력공급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현실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불법파견 근로감독 현황에 따르면 불법파견 감독건수는 2019년 1626건에서 2022년 489건, 2023년 465건으로 감소한 반면에, 불법파견 적발률은 2019년 10.9%에서 2022년 30.5 %, 2023년 35.1%로 3배가량 증가하였다.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 등 현장관행에 대한 효과적 개선을 위해 사업장을 선별하고 적발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근로감독을 내실화한 결과라는 입장이지만, 인력난이 심각한 중소 제조업체에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다는 현실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중소 제조업체의 인력난과 음성적으로 만연해 있는 불법파견의 해결방안으로 직접생산공정 등으로 파견 직종을 확대하고 , 파견기간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화한다는 우려로 단기간에 국회에서 통과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노동시장 양성화 꾀해야

장기적으로는 경직된 파견법 개정을 고려하되, 현실의 무분별한 인력공급에 대한 중단기적인 처방으로 인력소개회사 및 파견업체 등 인력공급업체에 대해 인건비, 복리후생, 안전교육비, 4대 보험료 등의 노무비용과 제반 경비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외국인 등 근로자입장에서는 본인의 인건비 및 4대 보험 가입여부 등 안전망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고, 인력공급업체 및 수급업체로서는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는 경쟁을 통해 만연해 있는 불법 노동시장의 양성화와 안전한 노동현장이 구축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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