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력 수출 업종 가운데 70% 이상이 핵심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라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물과 희토류 가격 상승으로 생산 비용 부담이 커지면 자칫 잘나가던 수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이후 수출 플러스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원자재 수급 안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8일 아주경제신문이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코미스)와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등을 통해 15대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핵심 원자재 가격 동향을 집계한 결과 11개 품목이 위험 수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을 견인 중인 반도체의 경우 갈륨·게르마늄·희토류 등 핵심 광물 가격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 4일 기준 갈륨 가격은 ㎏당 525달러로 전월 평균보다 2.44% 하락했으나 전년 평균 대비로는 45.53%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97.5달러)과 비교하면 76.5% 급등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갈륨 가격이 향후 1년 새 4%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갈륨은 디스플레이 등 다른 주요 수출 품목에도 상당 비중 사용된다. 올해 모바일·PC 등 전방 수요 확대로 상반기 중 디스플레이 수출 증가율은 16.2%에 달했다. 갈륨 가격과 수급 동향에 따라 하반기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중국발 원자재 리스크도 상존한다. 반도체와 가전 등 제조에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희토류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희토류는 국가 소유이며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점유할 수 없다고 명기한 관리 조례를 공표했다.
오는 10월 1일 조례가 본격 시행돼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 희토류 가격이 들썩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등 주력 산업 타격이 불가피해 한국 경제에 상당한 도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지난해 ㎏당 79.1달러였던 산화네오디뮴(희토류의 일종) 평균 가격이 올해 67달러로 소폭 하락했다가 내년 85.3달러, 2030년 93.6달러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봤다.
철강과 이차전지 등은 광물 가격이 내려도 걱정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원가 부담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수출 단가를 떨어뜨려 이익 폭을 줄이는 탓이다.
철강의 원료인 철광석과 이차전지용 핵심 광물인 리튬의 경우 대체로 시차를 두고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다. 철광석과 리튬을 비싼 값에 사와 제품을 만들고도 정작 수출할 때는 저렴하게 팔게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올해 12월 말 기준 철광석 가격이 지난 5일(t당 111.31달러) 대비 7.7%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관련 업계도 긴장감을 드러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을 거두기 어려운 가격에 팔 수밖에 없다”며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 실적 악화는 당연한 결과”라고 우려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정 개선과 생산 효율성 향상에 주력하며 수익성을 지켜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광물 가격 하락이 반가운 업종도 있다. 조선과 일반기계 등이다. 특히 철광석 가격 하락은 독(dock)에 일감을 잔뜩 채운 조선업계 입장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통상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선박용 후판 가격을 낮출 요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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