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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초대석] 민경천 한우협회장 “이대로면 1년 내 절반 폐업…한우법 제정 절실”

아주경제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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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천 한우협회
민경천 전국한우협회 회장이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민 회장은 한우 농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강조하며 한우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전국한우협회]

“소 키워 봐야 남는 것은 ‘소똥’뿐이다. 한우법 제정하고 사룟값을 인하하라.”

지난 3일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 모인 한우 농민 1만2000명이 외친 구호다. 전국한우협회 임원 12명은 이날 집회 현장에서 삭발식도 거행했다. 또 한우 축사를 파괴하는 퍼포먼스까지 하며 한우 가격 폭락 사태에 따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우협회는 한우 농민 8만5000명을 대표하는 단체로 1999년 설립 이후 한우산업 발전과 농가 권익 증진에 힘쓰고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민경천 제11대 회장은 역대 최악의 사룟값 폭등과 한우 도매 가격 폭락, 유럽산 소고기 수입 등 수두룩한 난제를 떠안은 상태다.  

민 회장은 8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이번 한우 가격 폭락 사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우 가격이 내릴 때는 곧 나아질 것이라는 최소한의 기대와 희망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내수 부진까지 겹쳐 농가 사이에서는 ‘더 이상 한우를 키워도 희망이 없다’는 하소연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가격 하락세는 장기전이 될 것 같다”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한우 농가는 줄도산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우협회 내부에서는 지금과 같은 사룟값 고공 행진에 가격 급락까지 지속되면 1년 내에 한우 농가 중 절반인 4만여 농가가 도산할 것으로 내다본다. 

3년 전보다 38% 급락···”1마리당 200만원 넘게 적자”
실제 한우 가격 내림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5일 한우(1+등급) 도매 가격은 ㎏당 1만4975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2만4165원)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2만1525원, 2023년 1만7553원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점이던 2021년 대비로는 38% 넘게 빠졌다. 올 들어 한때 1만3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우 농가로서는 소를 키울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통계청 ‘2023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 한 마리당 순손실은 142만6000원으로 1년 전(-68만9000원)보다 손실 폭이 커졌다. 순손익은 총수입에서 사육비를 빼고 농가가 실제 손에 쥐는 돈이다. 소를 키워 팔아도 마리당 140만원 넘는 손해가 난다는 얘기다. 

민 회장은 통계로 나타나는 수치보다 실상이 더 엄혹하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 보수적으로 잡히는 통계청 자료에서도 한 마리 출하할 때마다 150만원 가까이 적자로 나타난다. 요즘 현장에서는 마리당 200만원 넘게 적자를 보고 있다”며 “지금 한우 농가는 생존권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마릿수 그만 늘려라” vs 한우협회 “가격 폭락은 정책 부재 탓”
 
민경천
민경천 전국한우협회 회장이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권성진 기자]

한우 농가 적자 폭이 커진 이유는 사룟값 상승과 도매 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기소용 배합사료는 ㎏당 578원으로 전년 대비 3.1% 올랐다. 2020년과 비교하면 무려 40.4% 급등했다. 농협이 사룟값을 ㎏당 10원씩 내렸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농가 측 주장이다.

민 회장은 한우 사룟값 상승과 관련해 농협에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은 외부 요인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국내적으로 노력해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민 회장은 “국제 시장 상황이 안 좋은 것은 농가도 이해를 한다. 다만 농협도 노력 여하에 따라 과도한 거품은 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간에서는 한우 도매 가격 하락을 ‘예고된 사태’로 보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유동성이 늘고 여행 수요도 급감하면서 한우 소비도 늘었다. 일시적인 내수 성장에 고무된 한우 농가가 성급하게 사육 마릿수를 늘린 게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부터 나중에는 가격이 떨어질 수 있으니 한우 마릿수를 그만 늘리라’고 농가에 말해 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전 경고를 농가가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민 회장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 부재가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우협회도 파동을 예상하고 자조금을 통해 암소 도축 장려 등 수급 조절 대책을 정부에 제안했다”며 “하지만 정부가 사업 시행을 미루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한우협회의 자조금 승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소비자 공감 어렵다는 지적에···”유통구조 개선할 것”
한우 가격은 내린다는 데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한우는 비싼 식자재라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 협회 차원에서 적극 추진 중인 한우법 제정과 사룟값 지원 요구 등이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배경이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평균 한우 고기 외식비는 회당 5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6.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산지에서는 지속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접하는 외식비와 괴리가 발생한다.

소매와 도매 가격 간 낙폭 차이도 한우 가격 하락을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렵게 만든다. 통상 한우 소비자 가격에서 도매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안팎이다. 나머지는 유통 비용이다.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등 물가 전반이 상승하며 유통 비용도 덩달아 오르다 보니 소비자로서는 가격 하락을 느끼기 어렵다. 

실제 한우 도매 가격이 2년 전 대비 23%가량 떨어질 때 소매 가격은 15%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다. 고가의 재화로 분류되는 한우 특성상 가격이 어느 정도 떨어져도 소비자로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우협회 측은 ‘유통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민 회장은 “유통 단계가 많은데 각 단계마다 고물가, 고금리, 인건비 상승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유통 단계를 줄이기 위해 직거래 시장을 키우고 있다. 특히 한우 알뜰 판매장을 확장하는 등 유통 단계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소개했다. 

“출하까지 24개월, 축산법 개정 아닌 한우법 필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전국 한우농가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에서 전국한우협회 소속 회원들이 농민가를 부르고 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전국 한우농가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에서 전국한우협회 소속 회원들이 농민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우협회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권에 한우법 제정과 사룟값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앞서 지난 5월 21대 국회에서 한우법이 통과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송 장관도 돼지·닭 등 축종 간 형평성 침해와 실익 부족을 근거로 한우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수차례 표명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22대 국회에서 한우법 제정을 다시 추진하기 위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한우협회가 한우법 제정을 바라는 이유도 축종별 특성에 있다. 축종별로 출하 시기가 다른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데 축산법 체계 내에서는 지원 조건이 같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민 회장은 “1963년에 제정된 축산법은 40개 넘는 축종을 동일한 잣대로 지원해 각 축종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한우는 출하까지 최소 24개월 걸린다. 반면 닭은 2년 안에 십수 번, 돼지는 4~5번 출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우값 폭락 사태가 재발하지 않고 여러 안전 장치가 발동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 회장은 사룟값 지원책 마련도 촉구했다. 민 회장은 “송아지생산안정제도 개편, 농가 경영안정제도 마련, 사료 가격 안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업계, 농가가 함께 위기 상황에 쓰일 사료안정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산 조사료 예산 지원을 늘려 수입 사룟값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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