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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등 정서적 폭력 늘어…’피해자 회복’에 중점 둬야” [학교는, 지금 ②]

이투데이 조회수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김소열 사무국장 인터뷰

정유정 기자서울 도봉구 소재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학가협) 건물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김소열 학가협 사무국장

최근에는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정서폭력이나, 합성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시키는 등 학폭 유형에 대한 피해 상담이 많이 들어옵니다. 여기서 피해자 중심의 학교폭력 사안처리가 이뤄지려면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치유하고 보호하는 쪽으로 정책이 강화돼야 합니다.

김소열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은 최근 서울 도봉구에 있는 학가협 사무실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 있어서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에 더 중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학가협은 학폭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상담과 치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서울·수도권, 세종·충청, 울산·경북, 부산·경남 등 전국 4개 센터에서는 피해 상담과 멘토링, 자조모임 등이 이뤄진다. 올해도 5월까지 약 80건의 학폭 피해 상담이 이뤄졌다.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 치유전담기숙시설인 해맑음센터에서는 등교가 어려운 학폭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치유가 이뤄진다.

이곳의 상담 등 치유 서비스 등은 모두 무료다. 학가협은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특별교부금으로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김 국장은 “요즘에는 정서폭력이나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등에 대한 피해 상담이 상대적으로 많다”면서 “최근에는 초등학교에서 가스라이팅을 통해 피해자에게 오물을 먹게 하고 정서적으로 복종시킨 사건에 대한 피해 상담이 진행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폭 피해를 겪는 학생들이 학가협 등 상담센터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그는 “학교나 교육청 등을 통해 피해상담센터가 있다는 것을 안내받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부모 스스로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주변 학폭 관련 지인의 소개를 통하기도 하고, 위센터나 학교 상담을 통해 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학가협 제공3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가 개최한 ‘힐링가족여행-제주’에 참석한 학폭 피해 학생 가족이 체험활동으로 과일청을 만들고 있다.

이 같이 학가협 지역센터를 찾아온 학폭 피해자들에게는 다양한 심리 상담 등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대표적으로 학폭 피해자와 부모님을 대상으로 각 10회씩 위로상담을 진행한다.

김 국장은 “학생들은 학폭 피해 경험을 주변에 털어놨을 때 ‘친구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피해 학생 부모는 ‘애들 키우다 보면 그런 일 다반사야’ 등 말을 듣는 등 제대로 위로받기는커녕 오히려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상담을 통해 피해 경험에 대한 위로를 하는 동시에 자기 피해를 객관화시켜서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한다”면서 “가해학생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어떻게 받고 싶은지, 혹시 학교폭력 이후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었는지 등을 듣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학가협 제6월 피해부모자조모임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나도 가수다_자신감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노래를 배우고 있다.

김 국장은 학폭 문제의 해결 접근을 가해자 처벌 방식에서 피해자 회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과 고통이 어떤 건지, 피해자가 무엇을 호소하는지를 가해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피해자가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관심 갖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학폭 가해자는 1~9호 처분을 받게 되는데, 해당 처분을 면죄부처럼 인식할 게 아니라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여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단 연구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학폭 피해자들이 어떻게 회복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보다 많은 피해 학생들의 회복과 치유를 위해서는 해맑음센터와 같은 시설의 접근성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해맑음센터 같은 경우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데, 수도권 등에서 너무 멀다”면서 “학폭 어려움 때문에 입소 문의도 많이 오고 시설 투어도 진행하지만, 실제 입소를 결정하는 학생들은 30% 밖에 안 된다. 접근성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맑음센터가 명실상부한 학폭 피해 학생 지원 시설이 되려면 수도권 이전을 통해 접근성을 끌어올리고,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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