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효성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최근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회사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유례없는 위기 상황임을 시인했다.
이들 석유화학 기업이 올해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회사채 발행으로 막고 있는데, 이자율이 최대 2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실적악화에 이어 이자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지난 2일 5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를 발행했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사채를 인수하며, 조달된 금액은 이달 26일 만기 예정인 700억원규모의 채무 상환에 사용된다.
효성은 이 같은 공모사채발행 내용을 공시하면서 회사가 위기상황에 있음을 투자자에게 설명했다.
효성화학이 밝힌 핵심투자위험 요소는 △사업포트폴리오 편중 위험 △업황 악화 위험 △원자재가 변동 위험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 △석유화학제품 중국 수출 감소 위험 등이다.
특히 효성화학은 사업포트폴리오 편중 위험을 가장 높은 위험요소로 꼽았다. 올해 1분기 기준 회사의 핵심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에 대한 매출 편중도가 64.9%에 달하는 것이 투자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PP는 최근 중국이 급격히 생산을 늘리는 석유화학 제품으로 지난 3월 중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PP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중국 세관 통계정보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3월 PP 수출량은 전월 대비 87.6%, 전년 동기 대비 88.6%가 급증하면서 국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지난 4월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중국의 공세를 언급했다. 지난 4월 5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금호석유화학은 핵심투자위험 요소로 중국의 에틸렌 생산량 증가를 꼽았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20년 말 세계 2위 수준인 3200만t(톤)에서 2022년 말 4600만t으로 세계 1위를 달성했다”며 중국의 대규모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이 회사의 실적악화로 직결됨을 시사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 경기침체 △원자재가 변동에 따른 수익성 악화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 등을 주요 투자 위험 요소로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2019년부터 공장증설 등을 위해 사용한 차입금이 올해부터 만기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중국의 물량공세로 실적은 악화했지만 금리는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019년 2.495%의 이자로 500억원을 차입한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4월에는 약 4%의 이자율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효성화학 역시 6% 이자율의 차입금을 7.80% 이자율의 회사채로 갈아탔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중국의 밀어내기가 심화한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전망은 더욱 어둡다”며 “여기에 이자부담까지 늘어 석유화학 업계의 재무상태는 예년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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