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우려를 키운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충격 이후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미 채무불이행(디폴트) 사례도 잇따라 터져 나온 만큼 도미노 투자자 손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KG제로인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 공모 펀드 설정액은 지난 5일 기준 2조4713억원(277개)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2조7585억원·282개) 대비 2872억원 감소한 수치다. 수익률은 -6.34%다.
최근 1년 통계로 넓혀보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같은 날 국내외 주식·채권 등 주요 유형별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을 살펴보면 △해외 주식형 19.36% △국내 주식형 9.44% △국내 채권형 4.76% △국내 부동산형 3.76% △해외 채권형 1.71% 등 국내외 주요 펀드 수익률은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해외 부동산형(-19.16%)은 마이너스 수익률은 물론 손실률도 -20%에 육박한다.
비이자이익을 위해 해외 부동산 펀드를 주요 먹거리로 삼은 은행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보유한 해외 부동산 펀드 잔액은 6687억원인데 이들 펀드는 대체로 2017~2019년에 판매됐다. 당시 해외 부동산은 저금리 기조 속에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고, 실제 괜찮은 수익률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 충격 이후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자산 가치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기한이익상실(EOD·디폴트)이 터진 상품도 수두룩하다. 지난달 19일 한투리얼에셋운용의 벨기에 부동산 펀드는 선순위 대주와 체결한 1076억원 규모 대출금을 만기일까지 갚지 못하면서 EOD가 발생했다. 또 같은 달 21일에는 이지스자산운용의 독일 부동산 펀드가 도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최악에는 국내 투자자 원금 3700억원 중 700억원(손실률 81.1%)만 살릴 수 있다.
이렇듯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자 자산운용사들은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금리 인하 이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손실률이 절반을 웃도는 상품도 많아 원금 회수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 상황이 좋고 투자가 잘될 땐 대부분 기관이 경종을 잘 보지 못한다”며 “투자가 활황이었을 당시 부동산 자산에도 거품이 있었고, 기관들은 이런 쏠림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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