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한동훈 당대표 후보(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되면서 대통령실과 한 후보 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문자의 성격상 윤석열 대통령과 한 후보간 이른바 3차 ‘윤-한 충돌’이 발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 15일부터 25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한 후보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한 후보는 모두 답신하지 않았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이른바 ‘명품백 수수 의혹’ 논란이 거셌고, 대통령실에서 한 후보에게 비대위원장 자진 사퇴 압박이 있던 때였다.
김 여사는 15일 첫 문자에서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겠다”며 “대통령과 전화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19일 두 번째 문자에서는 “사과하면 책임론에 불이 붙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 결정해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23일에는 “제가 댓글팀 활용해서 주변 비방하는 일 들었다. 사실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을 것”이라며 “제가 잘못했다. 사과 필요하다 하면 단호히 결심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두 차례 보냈다. 25일 마지막 문자에서 김 여사는 “(한 후보가) 큰 마음 먹고 비대위 맡아줬다. 제 잘못에 기인해 그렇게 됐다”며 “대통령 격노하고 큰소리로 역정 내서 그런 거다. 위원장 상황 공감된다”고 했다.
한 후보 측에서는 김 여사가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며, 공적인 문제에 대해 사적 채널을 통해 답변하는 것이 부적절해 문자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친윤(윤석열)계 인사들은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 의향’ 문자를 무시하면서 결과적으로 4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진 것 아니냐며 공세를 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 후보와 김 여사 간 사적인 문자 메시지가 6개월이 지난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불거진 배경과 경위에 관심이 쏠린다.
한 후보 측에서는 한 후보를 쳐내기 위한 일종의 정치 공작 시도라며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반면 이 의원은 언론에 “문자 관련 이야기는 들었어도 실제로 내용을 본 적은 없다”며 “전언으로 듣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만 전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이번 논란에 “김 여사가 지금이라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한 후보에게는 검사 시절부터 김 여사와 주고받은 수백건의 메시지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해당 문자 내용에 등장한 ‘댓글팀’에 주목했다. 이 의원은 “이건 뭘 아는 사람들의 대화”라며 “과거 다른 인사가 쓴 표현에서 비슷한 뉘앙스를 느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대선 때 댓글팀이 운영됐다는 뜻인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나중에 면책특권이 있을 때 얘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역임하며 선거 전반에 관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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