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투자ㆍ개발 속도 유지 시 3~4년 안에 미국 추월”
미국 예산보다 두 배 많은 연간 15억 달러 지출
핵융합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에서 중국이 선점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대규모 핵융합 발전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인력ㆍ투자 부문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24시간 3교대 근무 시스템으로 핵융합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10배에 달하는 핵융합 관련 박사 학위 연구진이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미ㆍ중 기술 경쟁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의 핵융합 에너지과학 사무국 책임자 JP 알랭은 “중국이 미국의 핵융합 예산보다 두 배 많은 연간 약 15억 달러(약 2조680억 원)를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이 2020년 발표한 핵융합 발전 로드맵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우리의 장기 계획을 따라가고 있다”며 “상상할 수 있듯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중국 소식통은 “중국이 지금과 같은 투자와 개발 속도를 유지한다면 3~4년 안에 미국과 유럽의 자기 핵융합 능력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융합 발전은 원자핵끼리 융합할 때 생기는 방대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술로, 방사능 농도가 낮고 안전성이 높아 미래 ‘청정에너지’로 꼽혀왔다. 하지만 기술 개발의 까다로움과 막대한 비용 등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며, 일부 과학자들은 핵융합을 이뤄질 수 없는 ‘신기루’로 묘사하기도 한다.
WSJ은 미국과 여러 국가가 핵융합 기술 패권을 중국이 주도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미 원자력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가 핵융합 발전이 상업적으로 가능해지면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은 레이저를 사용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기술을 선도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자기장 핵융합’이 먼저 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학원 플라스마물리학연구소는 2018년 약 100에이커 규모의 자기장 핵융합 연구소를 착공했다. 내년에 완공될 예정임에도 이미 상당 부분 가동 중이며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이 국가 핵융합 기업을 신설할 것이며, 중국원자력공업그룹(CNNC)이 국영 산업 기업과 대학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에는 이미 2018년에 핵융합 부서를 설립한 에너지 대기업 ENN그룹도 있으며, ENN은 자기장 핵융합 장치인 토카막을 건설했다. WSJ은 ENN그룹의 핵융합 연구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개발 속도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는 10년 이내에 상업용 핵융합 에너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예산안에서는 핵융합에 10억 달러를 배정했다. 다만, 미국 핵융합 예산이 지난해보다 4% 증가한 7억9000만 달러로 책정됐지만,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로 인해 연구 보조금과 보조금으로 지원되는 연구원이 줄어들었다고 WSJ가 설명했다.
본래 핵융합 기술은 전 세계가 파트너십을 체결한 공동 경쟁 체계였지만, 미국과 중국 간 관계가 악화하면서 협력이 복잡해졌다고 WSJ는 평가했다. 핵융합 과학자들은 1950년대 후반부터 각국이 핵융합 에너지 연구의 기밀을 해제하기 시작하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해왔다. 중국, 러시아, 미국은 프랑스에 있는 국제열핵실험로(ITER)에 참여하는 35개 국가 중 하나다.
핵융합 기술 경쟁의 진정한 ‘승자’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데니스 화이트 교수는 “수십 년 동안 중국은 핵융합 프로그램을 보유하지 못했다”며 “중국이 세계적 수준의 핵융합 과학 프로그램과 국가 연구소를 구축하는 데에도 약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핵융합 발전 속도를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하며, 미국은 민간 기업, 대학, 정부 간의 더 나은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이 경쟁에서 누가 이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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