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의 인구구조 변화가 금융산업에도 큰 위기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에 직면했던 일본 사례를 들여다 볼 때, 저성장·저금리 기조 지속은 예대금리차 축소와 신용 수요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은행의 수익성 저하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미래의 거대트렌드가 가져올 금융의 변화’ 세미나에서 “재정적자 심화, 국채발행 증가, 저금리 유지 등은 일본과 한국이 비슷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차이가 있다”며 “정책 등 영향을 고려할 때 충격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초고령사회로 진입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을 0.72로 집계했으며, 오는 2025년 합계출산율을 0.65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고령화는 노동공급을 축소하고 노동생산성 유발을 초래한다. 또한 금융시장에서는 고령층이 의료비 지출 등을 유지하기 위해 저축을 줄이고 실물자산을 유동화, 매각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 고령화가 보다 진전될 경우 주식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 자금순유출로 인한 주가 하락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 산업에서는 고령층 비중이 증가할수록 은행의 수신기반이 약화되고 조달구조 안정성이 저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인구의 은퇴로 경제활동 참여가 줄어들면 저축 여력이 줄어들고, 이는 은행의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환경에서 은행이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할 경우 신용위험은 증가할 것이며, 이는 재무건전성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학계에서는 인구학적 변화가 일본 금융부문에 미친 영향을 크게 △은행의 만기변환기능 약화 △안전자산선호 심화 △고령층의 실물자산 축소 심화 △장수 리스크 심화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신탁 등 은퇴자산 관리 수요의 급증, 지방인구 감소로 인한 중소형 은행의 지점 축소 가속화 등이 이어지고 있다.
초고령화 연착륙을 위해서는 ‘저출산 완화 측면’과 ‘고령층 어려움 해소 측면’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책 차원에서 ‘교육-결혼-출산-양육-노후대비’ 등 생애주기별로 소비자 금융 수요에 부합하는 상품·서비스 제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
서정호 선임 연구위원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 출산가구가 가입·투자하는 금융상품에 대해 세제지원 확대, 유리한 한도산정 조건 제공이 필요하다”며 “또한 금융권은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무환경과 기업문화 를 조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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