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노, 파업 참여자 5000여명 가량으로 예상
전체 직원 12만5000여명 가운데 대략 4% 수준
9일 ‘삼성 파운드리 포럼’ 예정된 가운데 파업 강행
노조 “합의점 못 찾으면 2차 파업도 불사”
삼성전자 최대 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8일 ‘생산 라인 차질’을 목표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은 창사 55년 만의 첫 파업이다. 전삼노 측은 5000여명 이상이 실제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해당 인원은 삼성전자 전체 인원의 4~5% 가량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 화성캠퍼스 앞 도로에서 전삼노는 파업 시작을 알리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파업가 제창, 총파업 퍼포먼스, 조합원과의 실시간 소통 순으로 파업 순서가 예정돼 있다. 파업은 이날부터 10일까지 총 사흘 간 진행된다.
전삼노는 파업 호소문에서 “총파업 투쟁은 우리 조합의 존립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결정적 순간”이라며 “이번 투쟁은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실패한다면 모든 협상 권한은 노사협의회로 넘어가 더 큰 불이익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에 전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유급휴가 약속 이행,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삼노는 현재 “생산 차질을 끼쳐 우리의 목소리를 명확히 전달하겠다”며 총파업 목적을 밝힌 상태다. 전삼노 조합원은 상당수가 반도체(DS) 부문 소속이다. 이에 삼성 반도체가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많았으나, 실제로 생산에 차질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시간 돌아가야하는 반도체 공장 자체가 자동화 공정이 적용돼있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전부가 생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생산 차질’을 공언한 노조의 움직임이 사실상 삼성 브랜드 가치를 담보로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노조의 총파업 이틀째인 9일의 경우 ‘삼성 파운드리 포럼’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예정돼 있다. 이는 회사의 향후 반도체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다. AI(인공지능) 반도체와 관련한 기술 로드맵 등을 공개하고 회사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예정이나, 노조 측이 사측 행사와 동시에 파업을 이어가면서 시선이 분산되고 회사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모두 주도권 탈환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진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글로벌 1위 TSMC와의 파운드리 경쟁에서 ‘따라잡은 후 넘어설’ 방법론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노조의 파업 강행이 회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이미 숱하게 제기된 바 있다.
앞서 노조 측에서는 대략 7700여명의 조합원이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에 응한 것으로 밝혔다. 다만 실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은 그보다 낮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9913명(8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12만5000명)의 약 24% 수준이다. 이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5000여명 가량은 전체 인력의 약 5% 수준이다.
한편 전삼노와 사측은 지난 1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으나 노사 간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노조는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결정과 조합원 찬반 투표 등을 거쳐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지난 5월 29일 총파업을 선언한 바 있다. 지난달 연가투쟁에는 참석자가 저조해 큰 차질이 빚어지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측은 이번 파업 기간 동안 회사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15일부터 2차 파업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엔 무기한 파업 가능성도 열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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