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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찾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모듈러 주택 건설 현장인 세종시 6-3 생활권 UR2블록. 거대한 이동식 크레인이 이미 공장에서 제작된 모듈러 주택을 들어올려 쌓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크레인에 밸런스 빔을 설치해 23톤에 달하는 모듈러 주택과 연결한 뒤 약 20분에 걸쳐 양중 작업이 진행된다.
모듈러 주택은 외벽체, 창호, 배관 등을 포함한 개별 주거 공간을 박스 형태로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으로 운송 후 조립하는 것을 말한다. 세종 6-3 생활권 모듈러 주택은 포스코 A&C의 전북 군산 공장에서 주거 공간을 사전 제작한 후 현장으로 가져와 조립하는 방식으로 지어진다. 시공을 맡고 있는 계룡건설의 이건진 소장은 “군산에서 세종까지 모듈러 주택을 운반하는 데 약 2시 간 정도 걸리고 크레인으로 양중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30분 정도”라고 말했다.
LH가 모듈러 주택 사업 확대를 통해 국내 스마트건설을 이끌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착공에 돌입한 세종 6-3 생활권에 이어 경기도 의왕 등으로 사업장을 늘리고 기술 보완을 통해 최고 층수도 20층까지 높여 모듈러 주택 혁신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LH는 7일 의왕초평지구에 20층·381가구 규모의 국내 최고층 모듈러주택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세종 스마트시티 시범도시(5-1생활권)에서 지상 12층 규모의 모듈러 주택(450가구)를 발주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대규모 모듈러 주택을 연이어 추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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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공법은 건설의 탈현장화(OSC)를 주도하는 건축공법으로 전체 공정의 80%이상이 공장에서 이뤄진다. 건설 현장 인력이 갈수록 부족해 지고 있는데 이에 대응할 수 있고, 자재 및 부품들을 자동화·표준화된 공장 설비로 생산할 수 있어 기능공의 숙련도에 따라 현장별로 들쭉날쭉하던 시공품질이 일정해진다.
LH가 모듈러 주택을 확대하려는 것은 건설 자동화·제조업화를 통해 설계·시공 오류를 줄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공기지연, 현장 안전사고 및 건설폐기물 발생도 감축하기 위해서다. 모듈러 주택은 개별 주거공간을 공장에서 제작하기 떄문에 폭염, 혹한, 장마 등에 따른 작업 제한으로부터 자유롭고,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약 30% 공기단축이 가능해 공기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발생도 줄일 수도 있다.
LH는 모듈러주택 시장확대와 대량생산 기반을 만드는데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 스마트모듈러포럼, 한국철강협회, LG전자, 모듈러 제조기업 4곳과 기술개발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모듈러주택의 고층화, 건물·가전 융복합, 설계표준화, 층간소음 저감 등 품질개선 등에서 협력한다.
무엇보다 LH는 모듈러 주택 고층화에 힘쓸 계획이다. 현재 국내 모듈러 주택은 내화 규제(불에 견디는 정도) 때문에 최고 13층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노태극 LH 주거혁신처 스마트하우징사업팀장은 “13층 이상 지으면 재료를 더 투입해야 해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고층으로 짓기 어려웠다”며 “LH는 고층 기술 확보를 통해 초고층 모듈러 주택 구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LH는 모듈러 주택 이외에도 탈현장 공법 중의 하나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Precast Concrete) 공법도 시범 적용한다. PC 공법은 기둥, 보, 벽체 등 주요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이다. 국가 연구개발(R&D) 실증사업으로 평택고덕지구 A58블록(12층 1개동·82가구)에서 건축 중이다.
LH는 OSC 관련 고품질·고성능 기술을 확보해 모듈러·PC공법 주택 공급을 현재 기존 연 1000가구에서 2030년까지 연 5000가구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건설산업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건설기술, 탈현장 건설 공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며 “다양한 실증사업을 통해 탈현장 건설공법을 표준화하고, 관련 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우수 기술 개발하는 등 스마트 건설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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