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100억 원 수준의 코스닥 상장사 엑스플러스의 최대주주가 지난해 11월에 이어 또 바뀔 예정이다. 현 최대주주는 엑스플러스를 인수한 지 5개월 만에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엑스플러스는 새 주인을 맞은 후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최대주주 측은 무상 증자 후 주식양수도 계약, 제3자 배정 유상 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을 거의 동시에 진행하며 엑스플러스의 경영권 매각과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매매 계약 상대와 유상 증자 대상자가 잇따라 바뀌면서 새 최대주주가 될 주체도 왔다갔다하고 있다. 대부분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투자조합들이다. 이들이 인수 자금이나 출자금을 예정대로 낼지도 불확실하다. 일부 주주 사이에선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가는 급등락했다.
◇ 5개월 만에 차익 남기고 매각 추진
엑스플러스는 2022년 1월 하인크코리아란 이름으로 스팩(IBKS제15호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최대주주 길상필 대표는 지난해 11월 엑스페릭스와 투자조합 세 곳에 지분 전량을 420억 원(주당 3240원)에 매각했다. 길 대표는 2013년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지 10년 만에 최종 엑시트했다.
엑스페릭스는 이 중 엑스플러스 주식 462만9286주를 150억 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엑스페릭스는 지문등록기기와 지문인증기기 제조사로, 현재 엑스페릭스의 최대주주는 윤상철 현 엑스플러스 대표이사다. 엑스페릭스는 올해 3월 사명을 하인크코리아에서 엑스플러스로 바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엑스플러스는 200억 원 규모 주식 매매와 490억 원(유상 증자 190억 원, 전환사채 300억 원) 규모 자금 조달을 진행 중이다.
우선 최대주주 엑스페릭스는 올해 4월 23일 엑스플러스 주식 1851만7144주(24.46%) 전량을 킹다비드투자조합 등 4개 조합에 200억 원(주당 1080원)에 매각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 차익만 보면 50억 원 수준이다.
같은 날 엑스플러스 이사회에선 18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 증자를 결의하며 자본 확충에 나섰다. 에스비1호조합과 셀렉터 대상이다. 에스비1호조합과 특수 관계인 셀렉터로 최대주주가 바뀔 예정이었다.
이후 5월 16일 신주 인수자가 에스비1호조합에서 에스비케이인베스트먼트로 변경됐다. 에스비케이인베스트먼트는 110억 원을 납입하고, 셀렉터는 그대로 80억 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에스비케이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가 되는 구조였다.
한데 이후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상대방이 일부 변경되고 유상 증자 배정 대상자도 바뀌면서 새 최대주주가 될 주체도 수차례 바뀌었다. 대금 납입 일정 변경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5월 25일 주식 양수인은 4개 조합에서 팀플래닝, 킹다비드투자조합, 드림테크1호조합, 에프원투자조합으로 바뀌었다. 6월 28일 잔금 170억 원이 지급 완료되면 엑스플러스 최대주주는 팀플래닝(지분 14.53%)으로 바뀔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수도 계약의 잔금 납입일이 7월 9일로 미뤄지면서, 최대주주는 새로운 제3자 배정 유상 증자 대상자가 된 오라클투자목적조합으로 바뀌게 됐다.
에스비케이인베스트먼트와 셀렉터는 엑스플러스 유상 증자에서 발을 뺐다. 대신 오라클투자목적조합이 두 건을 합친 190억 원의 유상 증자 주금을 이날(8일) 내기로 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오라클투자목적조합의 엑스플러스 지분율은 16.35%(예정)로, 팀플래닝 지분율(14.53% 예정)보다 높다.
오라클투자목적조합이 예정대로 유상 증자 주금을 전액 납입할지는 미지수다. 이 조합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는 김한일씨(지분 50%)다. 지난해 조합의 자본금은 1000만 원이었다. 일각에선 최초 유상 증자 대상자들이 손을 떼자 엑스페릭스가 투자조합을 활용해 새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스비케이인베스트먼트가 유상 증자 불참을 결정한 후 300억 원 규모 전환사채 투자를 지속할지도 확실치 않다. 에스비케이인베스트먼트는 유상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엑스플러스가 발행할 300억 원 전환사채에도 투자하기로 했었다. 납입 예정일은 8월 30일이다. 에스비케이인베스트먼트는 사모펀드 소울베이코리아(SBK)의 자회사다. SBK는 총 410억 원을 투입해 엑스플러스 경영에 참여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SBK 측은 최근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 전환사채에도 50억 원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 휴대전화 액세서리 만들다 광산업?
엑스플러스는 휴대전화 액세서리와 케이스를 만드는 회사다. 실적은 나빠지고 있다. 2022년엔 매출 159억 원에, 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2023년엔 매출이 97억 원으로 줄었고 37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엑스페릭스가 인수한 후인 올해 1분기에도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2월 무상 증자(1주당 3주 배정)를 단행한 후 50% 이상 부분 자본잠식에도 빠졌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사업연도 말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자본잠식률이 2년 연속 50%를 넘으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경영권이 누구에게로 넘어갈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지만, 새 이사 후보들은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달 25일 엑스플러스는 7월 1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2명, 감사 1명을 신규 선임하고, 신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시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될 경우 코스닥 상장사 티에스넥스젠 측 임원들이 엑스플러스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사내이사 후보 3인 중 한 명은 정석영 티에스넥스젠 대표이사다. 김정민 현 티에스넥스젠 상무는 감사 후보로 올라 있다. 티에스넥스젠은 발전플랜트 설비 댐퍼와 선박용 탈황설비 등을 만드는 회사다. 진양곤 HLB 회장이 2017~2021년 티에스넥스젠(당시 HLB파워) 최대주주였다가 지분을 매각했다. 올해 4월 시스코바이오투자조합이 티에스넥스젠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대표조합원인 정석영 핀코 대표가 티에스넥스젠의 대표이사가 됐다.
지금 하는 사업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신사업도 예고됐다. 임시주총에서 광산업, 폐기물 처리업, 종합건설업 등을 신규 사업 목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사명도 GCM리소스로 바꿀 예정이다. 새 주인과 함께 사명도 4개월 만에 또 바꾸는 것이다.
주식양수도 계약과 유상 증자와 관련해 엑스플러스에 연락했으나, 회사 측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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